‘털기’는 먼지 묻은 대상
‘떨기’는 먼지 그 자체
“앞서 삼척시는 지난해 이끼계곡 주변에 화장실과 ‘먼지털이’ 시설 등을 설치하고, 철쭉류 등 화목류 5만 그루를 심기도 했다.”
“그는 수사에 실패 했을 때 과감히 돌아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신사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실적위주ㆍ먼지털이ㆍ마구잡이식 수사를 경계했다.”
참고로 여기서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표현은 검찰에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혐의 대상자를 샅샅이 뒤진다는 뜻으로 검찰의 수사행태를 비유적으로 꼬집은 말이다.
‘먼지털이’하면 워낙 자주 쓰이기 때문에 언뜻 바른말 같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두 예문 모두 ‘먼지털이’를 ‘먼지떨이’로 고쳐 써야 옳다.
‘먼지털이’는 동사 ‘털다’에서 온 말이다. ‘털다’의 사전적 의미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불을 털다/먼지 묻은 옷을 털다/노인은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등으로 예시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털다’는 어떤 몸체에 달려 있는 무언가를 떨어지게 하기 위해 그 몸체를 흔드는 것, 즉 먼지 자체가 아니라 그 먼지가 묻은 옷이나 모자 따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다’란 뜻이다. 가령 ‘이불이나 옷의 먼지를 떨다/담뱃재를 떨다/그는 모자 위에 쌓인 눈을 떨어냈다’처럼 쓰인다. 몸체에 ‘달려 있는 것’을 흔들어 떼어내는 게 바로 ‘떨다’이다. 그러니 먼지는 ‘터는’ 게 아니라 ‘떠는’ 것이다.
요약하면 ‘옷이나 이불을 털어 먼지를 떨어내다’, ‘담뱃대를 털어 담뱃재를 떨다’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먼지털이식 수사’ 보다는 ‘먼지떨이식 수사’라고 해야 한다.
덧붙여 어법상으로 ‘이런저런 식’ 또는 ‘OO하는 방식’ 다시 말해 행위나 동작과 어울리는 접미사 ‘-식’을 생각할 때 명사인 먼지떨이보다는 먼지떨기, 결론적으로 ‘먼지떨기식 수사’라고 해야 그나마 바른말에 가까워진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