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5·18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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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5·18 정신’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08.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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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이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았단다. 순창 작은 영화관 ‘천재의 공간 영화산책’에서도 상영하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기록해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계엄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기자를 광주까지 싣고 들어간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평범한 외부인의 눈으로 광주의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관객의 눈높이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며 “5·18을 보편적인 휴머니즘의 빛으로 재조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순창-광주는 40킬로미터, 100리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순창-광주는 한 시간 거리였고 지금은 반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지리적으로는 순창-광주 사이에 담양이 있지만, 일부 순창 사람들에게 광주는 전북도청 소재지인 전주를 훨씬 능가하는 친숙한 도시다. 요즘은 승용차로 매일 출ㆍ퇴근하는 직장인이 어림으로 수백명이고, 병원 찾아, 취미ㆍ문화생활을 위해, 모임을 위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헌데 5ㆍ18 당시의 순창-광주는 어떠했나? 노선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광주에 유학 간 어린 자식을 자전거타고 가서 데려왔다는 흉흉한 소문이 꽤 있어도 당시 순창은 지루할 만큼 ‘평온’했다.
5ㆍ18은 진압군의 잔인성을 두고 볼 수 없어 두려움을 떨치고 항거한 광주시민항쟁이다. 육군 장성의 권력욕 때문에 동원된 군인들은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죽였다. 영화 속 독일 기자는 “대부분 어린 학생들의 시체였는데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머리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이 비참한 광경을 필름에 담았다. 내 생애에서 한 번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베트남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할 때도 이렇듯 비참한 광경은 본 적 없었다. 가슴이 너무 꽉 막혀서 사진 찍는 것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당시 텔레비전과 신문은 ‘북한군 특수부대’, ‘전국의 깡패, 데모꾼’이 광주의 폭도라고 보도했다. 지금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5·18 항쟁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군 침투설을 사실인 양 기술하며 5ㆍ18을 왜곡한 <전두환 회고록>은 법원에서 출판과 배포가 금지되었으나 여전히 인터넷과 동네 서점에서 팔리거나 진열되고 있다. 당시 신군부 세력은 ‘베트남과 같이 공산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계엄령을 확대했고, 공군 전투기를 동원해 (광주를) 폭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증언까지 나오는데 5ㆍ18 가해자와 옹호자들이 제기하는 왜곡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1980년 5월, 2017년 5월은 어떻게 다른가. ‘새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새 대통령은 ‘5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 혁명으로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선언했다. 광주항쟁은 3ㆍ1운동, 4ㆍ19혁명을 잇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수많은 ‘김사복’ 들이 이루어낸 5ㆍ18 정신이 한국 민주주의의 흔들리지 않는 토대가 되기 위해 <택시운전사>를 통해 “광주시민의 희생으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이뤄졌고,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광주를 잘 몰랐던 젊은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의미”를 확산해야 한다.
<택시운전사>는 천만관객이 탑승한 재미있는 영화에 멈춰선 안 된다. “영화 관람 뒤 친구들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 잘 가르쳐주지 않는 현대사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는 청소년이 늘어나야 한다. 5ㆍ18을 어떤 방식으로든 겪었던 기성세대들은 “광주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민주주의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각성과 “비상식이 상식을 압도했던 지난 정권의 찌꺼기를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시민이 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전화기 너머 딸에게 손님을 두고 왔다며 진압군에 포위된 광주로 돌아가는 ‘김사복’처럼.
언론은 시민보다 훨씬 강고한 다짐을 해야 한다. <택시운전사>의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영화 <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기자처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지속적으로 당당하게 질문해야 한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당당하게 외치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 언론인들의 불굴의 기개가 <열린순창>에 넘치기를 오늘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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