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13)/ ‘맡겨보드랑개’ 소장, ‘잡아볼탱개’ 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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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13)/ ‘맡겨보드랑개’ 소장, ‘잡아볼탱개’ 조수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8.24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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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13화

 

삽화 박지수(제일고)

공 박사는 퇴근하자마자 스카이를 안고 2층 맹자 방에 들렀다. 맹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를 맞았다.
“무늬만 강아지. 다 나았니?”
맹자는 스카이를 보고 농담을 던졌다.
“스카이가 이제는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공 박사는 슬쩍 비꼬았다.
“뭐, 진짜 강아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놀던데.”
공 박사는 한쪽 눈을 감으며 살짝 윙크했다.
“봤어요? 엄마한테 이르면 안 돼요.”
맹자는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말했다.
“눈 감아 줄게.”
아빠의 너그러운 대답에 맹자는 히죽 웃었다. 공 박사는 방을 나가려다 주춤했다.
“맹자야, 오랜만에 아빠하고 얘기 좀 할까?”
맹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둘은 베란다로 나가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맹자는 작년에 보현산천문대에서 본 밤하늘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지금 보는 밤하늘을 그저 맨송맨송했다.
“도시의 불빛이 너무 밝으니까 별들도 잘 안 보이네. 이제는 천문대나 가야 별들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왜 별들이 잘 안 보여서 불편해요?”
“하하하, 아빠가 너만 한 나이였을 때는 밤에 말이야, 친구들하고 집에서 키우는 개를 데리고 나가서 별이 쏟아지는 바닷가 모래밭을 뛰어다녔거든.”
“아빠도 어릴 때 개를 키웠어요?”
“그럼. 삽살개였는데 아주 컸어. 이 정도 되는데…….”
공 박사는 양팔을 펼치고 맹자 앞에서 크기를 설명하려다, 너만 했다며 맹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정도 많이 들었는데……. 결국, 네 할아버지가 개장수에게 팔았지 뭐야. 아빠도 로봇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엔 옛날 일이 그리워. 먹보에다 지저분한 삽살개였지만 낯선 어른이 다가왔을 땐 마치 지켜주려는 듯이 짖었거든.”
공 박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어렴풋이 보이듯이 그 녀석도 잊혀졌지만…….”
아빠의 푸념 어린 말이었다. 맹자는 어른들은 왜 어릴 때 일을 그리워할까 생각했다. 다시 못 올 걸 알면서 말이다. 옆에서 스카이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로봇개와 애완동물, 과연 둘은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한 쪽은 잊힐까? 맹자는 예전에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빠와 그때의 일에 대해서는 서로 입 다물고 있지만, 불편한 마음이 늘 가시지 않았다.
늦은 밤, 재활용센터에서 또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덩달아서 동네 개들도 합창하듯 짖어댔다. 맹자는 쌍안경을 들고 2층 베란다로 나가서 동네 주위를 살폈다. 옆집 호동이네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달마티안 슈퍼번개가 개집에서 튀어나와 한목소리 했을 텐데, 어제 시궁창 냄새보다 독한 기름통에 빠진 뒤로 통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아래층 거실에 불이 켜지고 베란다 문이 열렸다. 엄마가 밖으로 나왔다.
“밤마다 대놓고 짖을 작정이야. 유기견 센터에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하든지 뭔 수를 내야지 밤마다 시끄러워서 살 수가 있나.”
엄마의 왕짜증 섞인 목소리가 맹자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1차 작전에 실패하고 나서 곧바로 2차 작전에 들어갈 모양이었다.
정말 다음날 오후에 엄마가 행동에 들어갔다. 엄마는 순자의 손을 잡고 집 현관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손목시계를 보면서 조금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유기견 보호소 간판을 단 탑차가 공 박사네 집 앞 도로에 멈추었다. 탑차 둘레로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 대형 포스터와 유기견 신고 전화번호가 버젓이 함께 찍혀 있었다.
맹자는 2층 베란다에서 몸을 숨긴 채 유기견 보호소 탑차를 살폈다. 엄마가 무슨 일을 꾸밀지 지켜봐야 다음 수를 쓸 수 있으니까. 스카이도 맹자 품에 숨어서 함께 지켜봤다.
탑차 운전석과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동시에 두 사람이 내렸다. 한 사람은 짧은 다리의 뚱뚱보, 또 한 사람은 삐쩍 마른 홀쭉이. 둘 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다. 뚱뚱보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반면 홀쭉이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는 뭘 특별히 바라보는 것도 없이 멍한 눈빛이었다.
“혹시 유기견을 신고하신 강 여사님이신가요?”
뚱뚱보가 강 여사를 발견하고는 다가오면서 물었다.
“맞아요. 그럼 유기견 보호소 소장님?”
똥뚱보는 강 여사 앞에 서서 익살스럽게 경례를 했다.
“예, 제가 바로 그 유명한 별명을 가진 맡겨보드랑개 소장입니다. 그리고 제 옆에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별명은 잡아볼탱개 조수입니다.”
뚱뚱보 소장이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2주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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