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 문화도 지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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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 문화도 지금이 중요하다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7.08.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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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성일 전 )순창군청 기획실장

지난주 18일에 순창문화원에서 주관하는 향토문화 유적 답사에 동행을 했었다. 문화원 회원은 아니지만 김귀영 읍 지부장님께서 고맙게 추천을 해주셔 참석하게 되었다. 출발하기 전에 군수님께서 오셔 인사를 하면서, 문화원 옆 공원에 있는 석장승을 옮기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문화원 회원도 아니고 문화에 대한 식견도 없지만 그곳 석장승에 대해서는 순창읍장으로 일할 때 생각 했던 게 있다.
2006년 순창읍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읍ㆍ면사무소는 독립기관이 아니라 군의 보조기관이기 때문에 인사, 예산 등 모든 것을 군의 지휘를 받는다.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예산과 인사에 대한 재량권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사업을 할 여건은 되지 않는다. 또 발령 나면 언제라도 떠나야 한다. 그래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기는 어렵다. 군에서 지시하는 일을 하고 주민들과 마찰 없이 지내다가 발령 나면 옮기면 된다. 그게 읍ㆍ면사무소의 현실이고 행정 체계가 그렇게 되어있다.
그래도 읍장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을 찾은 게 읍민의 날 을 만든 것이다. 순창읍민회가 앞장서고 여러 단체들이 후원하고 여성단체에서 잔치 음식을 맡아 출향 인사까지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읍민의 날 행사를 뜻 깊게 열었다. 향우들과 뜻 있는 읍민들이 많이 도와줘서 읍민회 기금까지 만들 수 있었다. 그때 함께 했던 많은 분들께 지금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즈음에 눈길이 간 게 순창문화원 옆 공원에 있는 2기의 석장승이었다. 그곳은 공원으로 만들어 졌지만 이용하는 주민은 적은 형편 이었다. 석장승도 본래 자리는 아니었다. 순창고 4거리 공원 쪽에 있다가 옮겨왔다. 석장승 한 기는 남성을 의미하고 한 기는 여성으로 볼 수 있는데 여성 장승은 얼굴 양쪽 볼에 둥근 점을 표현해 마치 새색시가 연지를 찍은 것처럼 보인다. 조형미가 있고 예뻤다. 그래서 여성 장승 사진을 확대해서 큰 액자를 만들어 읍사무소 청사 2층 계단 벽에 걸었다. 외지에서 방문하는 분들께 순창 장승의 미를 자랑하고 싶었다. 2008년 군청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2년 다시 읍장으로 발령받아 나왔다. 당시 공직기간도 1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첫째는 청소이고 둘째는 읍기를 만들고 셋째는 석장승을 읍사무소 청사 입구로 이전하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구상을 한건 읍에 필요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순창은 장류와 장수고을이다. 그렇다면 어느 곳 보다 깨끗해야 한다. 불결한 환경에서 고추장, 된장이 제대로 만들어 질수 없고 지저분한 생활에서 건강한 장수는 있을 수가 없을 것 이다.
또 청소는 읍장의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장승 이전은 군과 문화재 관련 기관의 승인이 있어야 되지만 읍민회가 주관하면 가능할거라 생각 했다. 그리고 읍기를 만들고 싶었다. 순창은 자연 여건이 좋고 선조들과 읍민들의 노력으로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전통 식품의 고을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명성에 걸 맞는 고을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은 깨끗하고 읍민들은 정직하고, 오신 분들에게 친절해야 될 것이다. 이건 윤리적 가치가 아니라 읍이 발전하고 잘살기 위한 경제적 개념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를 모티브로 한 읍기 ‘안’까지 구상을 했었다. 2013년 5월 순창읍민의 날에 읍기 게양식과 장승 이전식을 가지려 했다. 그리고 6월에 공로연수 신청을 하고 공무원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러나 몸이 아파 입원하면서 읍장 직을 수행치 못해 추진을 못했다. 아쉬웠다!
석장승은 지금까지 2~3회 정도 자리를 옮긴 걸로 알고 있다. 1970년대 까지는 순창고 4거리국도에서 장덕리로 가는 직선 농로가 있었다. 손수레가 다닐 정도의 도로 폭으로 기억한다. 그 농로에 석장승 2기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북쪽에서 오는 바람과 액운을 막기 위한 비보풍수 차원에서 세운 거라고 한다. 1980년대 쯤 그 곳 뜰이 경지정리 되면서 석장승도 순창고 4거리 공원 쪽으로 옮겨졌다. 또 그 자리에 공사가 있으면서 문화원 옆 공원으로 이전한 걸로 알고 있다. 명분이 있어 옮겨진 게 아니라 세워진 곳이 공사를 하니 그렇게 떠돌아 다녔다. 그래서 읍사무소로 정착을 시켜 읍을 수호하는 상징적 의미도 부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고 싶었다. 5년전 생각이다. 이젠 읍사무소 청사 주변에 일품 공원도 만들어 졌고 순창고 4거리 부근에 독대 마당도 조성되었으니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전통 문화의 가치는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소중하고 사람들의 숨결이 있어야 생명력이 더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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