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181) 인생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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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181) 인생은 여행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7.08.3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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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자아 성취를 위한 긴 여행이다. 그 여정의 출발점은 무에서의 태어남이고 종착점은 근본인 무에로의 돌아감인 죽음이다. 태어남의 근본인 ‘무’는 인생의 본질이며 삶의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생의 근본이며 열쇠인 무를 망각하고 소유를 만들려고 하면서 모든 악이 존재하게 된다. 人+爲=僞이다. 욕심을 갖고 하는 것을 인위(人爲)라 하며 욕심 없이 하는 일을 무위(無爲)라 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속임과 거짓의 인위가 생기고 자연을 만나면 무위의 진실이 생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고 나와 남을 비교하면서 지위와 명예 권력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서 악이 발생한다. 만약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과 나와 마주 한다면 돈 지위 명예는 무의미해진다.
인위의 사람보다 무위의 자연을 가깝게 할수록 욕망과 감정을 비울 수 있어 한울의 마음인 순진(純眞)을 보존할 수 있다. 욕망과 감정을 비우면 한울의 뜻을 알 수 있고 한울의 뜻을 알면 참 나의 길로 여행할 수 있다. 일과 사람의 만남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조용한 삶은 돈 지위 명예의 필요를 줄이고 필요가 줄면 욕망은 줄어들고 욕망이 줄어들면 악의 주범인 소유의식 또한 사라지게 된다. 인생이란 여행을 하려면 노자 돈이 필요하지만 욕심을 부려 짐이 너무 무거우면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없다. 지혜롭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무로 돌아갈 때 짐을 남기지 않는다. 무미건조한 세속적 삶 속에서 물질중심의 변화가 없는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권태라는 늪에 빠지게 된다. 권태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살지라도 내면 정신의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해 생각이 정체되어 인생의 방향과 목표를 상실한데서 온다.
침체된 일상을 떠나 참 나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을 여행이라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마음이 틀에 갇히지 않고 뜻밖으로 벗어날 수 있어 마음이 항상 샘물처럼 새로울 수 있다면 이야말로 여행의 진수를 터득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여행은 고정된 생각과 편견에서의 탈출이고 잃어버린 나의 재발견이며 방치 했던 자기 내면의 재개발이다. 여행의 목적은 다른 사람  다른 문화 다른 사물을 경험 함으로써 나를 붙들고 있는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채득하여 생각의 신진대사를 통해 마음에 생기를 살려주는데 있다. 모든 사물에는 겉과 속이 있고 세상에 있는 것 중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심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가 육안에만 의지해 사물을 보게 되면 사물의 내면을 볼 수 없어 핵심을 놓치고 만다. 육안으로 안 보았거나 자주 보지 않았던 것을 보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심안으로 안 보았거나 자주 보지 않았던 것을 보는 것 또한 여행이다.
얼마 전 중국 귀주를 여행했다. 황과수 폭포를 비롯한 18개에 달하는 폭포를 보기 위해 가는 곳곳에 인파가 줄을 지어 감상하는 가운데 나는 물이란 무엇이고 폭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노자 8장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생각하게 되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다투지 않고 만물을 이롭게 하며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신함으로 도에 가깝다.” “강과 바다가 천하에 있는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모든 골짜기의 물을 아래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폭포란 물의 추락이다. 추락하는 물이 아름다운 것은 그 추락이 절망과 죽음이 아닌 축복이기 때문이다. 물의 전진이란 앞으로 내려가는 것이고 물에 있어 추락이란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행운이다. 추락이 절망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사람들이 아래가 아닌 위로 올라 가려하기 때문이다. 경쟁하고 차별하며 반칙으로 진리의 길을 파손하며 오른 지위는 아름답지 못한 지위와 불명예일 뿐이다. 만약 사람이 도를 닮은 물처럼 삶의 목표를 아래에 두고 산다면 추락할 이유는 사라지고 돈은 경배의 대상이 아닌 삶의 도구일 뿐이며 지위와 명예를 얻기 위해 마음을 괴롭힐 이유도 없을 것이다. “태산이 높다 해도 한울아래 뫼로다” 물은 아래를 지향하지만 때로는 구름이 되어 산위에 오름으로서 아래에 있는 물이 산보다 더 높은 것임을 증명한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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