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규모화가 불러온 살충제 계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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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규모화가 불러온 살충제 계란 사태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7.08.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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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두지마을 이장

살충제 계란이란다. 닭들에게 살충제를 뿌려댄다는 것도 이 참에 알았거니와, 느슨한 당국의 안전관리시스템 속에서 여태 살충제 계란을 유통 소비해 왔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인 것 같다. 대체 닭, 돼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1인당 268개의 계란을 소비한다고 한다. 도시락 바닥에 계란부침을 깔아놓아 동무들 젓가락 공격을 원천봉쇄할 만큼 귀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계란은 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함께 국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5대 농축산물에 포함된 지 오래다.
서구화된 식생활 유형은 육류소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놓았다. 소비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축산은 규모화ㆍ밀집화 되고, 수입 축산물과 가격경쟁까지 붙으며 대형 공장식 축산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번 사태로 널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을 낳는 산란 닭은 철장에서 에이포(A4)용지 2/3 넓이의 공간에서 산다고 한다. 삼계탕용으로 쓰이는 육계 닭은 30일 전후까지만 성장하여 출하되고, 삼계탕 뚝배기에 담길 만큼의 크기를 넘어서는 비품(!)들은 튀김 닭으로 신분 세탁을 하거나 가공용으로 쓰인다. 공장 형 돈사에 사는 돼지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악취 제거와 난방을 이유로, 인간 감옥 보다 심하게 폐쇄된 건물에서 몸뚱이 움직일 공간도 주지 않고, 쉼 없이 먹여 살찌우고 새끼를 낳게 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위기대응도 한심하거니와 딱히 정부에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선, 구매자인 소비자의 농식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모든 농축산물은 생명을 가졌기에 표피(때깔)에 천착하지 말고 생육 환경과 동식물이 살아온 이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육류 소비를 줄여가는 것도 소비자 몫이다.
농민도 변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직업자로서, 농민의 자세는 자연에 가까운 농업생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동물복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논리에 빠져 상생의 가치를 놓아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정부 당국의 농업철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여태까지 한국농업은 개방농정이라는 그릇된 방향을 설정해놓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쉼 없이 구조 조정을 단행해왔다. 그 결과 경종농업(식물생산), 축산농업 모두 소규모 다작 중심의 가족농은 해체되고, 기업형 규모화된 농업이 이 땅을 대체하고 말았다.
농업정책당국은 통렬한 자기반성 위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정부의 축산업 구조 조정에 맞춰 충실히 역할을 다 한 축산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나 비난은 온당치 않다. 축산업뿐만 아니라 한국농업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생산담당 농민의 목소리와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되는 농업계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야말로 농업 적폐청산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얼마 전에 상영된 옥자라는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육류를 소비하는 게 온당하냐는 논쟁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육류 소비를 위해 사육되는 방식, 즉 ‘공장식 밀집사육’에 대한 근본적 회의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구정물 먹던 시골집 돼지와, 종일 두엄자리를 뒤지고 풀밭을 헤치며 활보하던 닭들이 울타리를 나와 ‘공장’에서 사육되는 과정에서 수백만 마리의 목숨이 연례행사처럼 생매장되고 있다.
혹성탈출 영화에 나오는 유인원마냥 닭과 돼지, 소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에이아이(AI)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광우병균을 무기삼아 인류를 윽박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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