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용 옥수수 수확장비 2대뿐…농가 피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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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용 옥수수 수확장비 2대뿐…농가 피해 호소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8.3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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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작업, 장비 잔 고장 많아 수확기 놓쳐

▲수확 적기를 놓친 사료용 옥수수들이 밭에서 말라가고 있다.

품질 저하, 멧돼지 피해, 이모작 포기 ‘악순환’
수확장비 값만 3억원 … 개인 구매 엄두 못 내

군내 사료용 옥수수 재배면적에 비해 수확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농민 근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농민들이 논농사를 줄이고 가축에 먹일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지만 이를 수확하는 장비는 단 두 대 뿐이어서 수확시기를 놓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수확기가 지난 옥수수 밭은 멧돼지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행정은 사료용 옥수수를 기계로 수확할 때 드는 비용의 90%를 보조해주고 있다. 군내 사료용 옥수수 재배면적은 지난 2012년 22.4헥타르(ha)에서 올해 173ha로 급증했고 내년에는 200ha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사료용 옥수수 재배면적은 나락 가격이 계속 바닥을 치면서 농민들이 눈을 돌리며 확대됐다. 가축을 많이 키우는 구림면은 사료비 절감 목적이 크기 때문에 옥수수 재배면적도 넓다.
농민들은 사료용 옥수수 품질이 가장 좋고 수분함량이 적당한 시기를 씨 뿌린 후 115~120일로 보고 있다. 이 때 수확해야 발효가 잘 되고 영양가 높은 옥수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3월말~4월초에 파종해 8월이면 수확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군내 곳곳에서 열매가 마르고 잎이 누렇게 변한 옥수수 밭을 쉽게 볼 수 있다. 수확을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화(62ㆍ구림 월정) 씨는 “일찍 베면 수분이 초과된다. 내가 재배한 밭에서는 두 번째 베다가 비가 와서 일을 정지시켰다. 그 뒤로 기계가 언제 온다는 얘기가 없다. 2주 동안 안 벤 사이에 멧돼지가 와서 밭을 헤쳤다. 재배면적대비 장비가 터무니없이 적으니 이런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이 수확기를 놓쳐 멧돼지 피해를 입은 곳은 구림면 한 지역에서만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농가들은 옥수수를 인력으로 수확하기에는 너무 힘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계 수확은 수확과 동시에 곤포 사일러지(생산한 작물을 비닐로 말아 운송하기 편하게 만든 더미)를 만들어놓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수확장비 2대로 군내 전 지역의 옥수수 수확을 담당하다보니 고장이 잦고 운전하는 사람도 고되다. 박아무개씨는 “기계가 순창 지형에 맞춰져있어 효율이 좋다. 그런데 고치는데 시간이 다 가니 언제 수확할지 모른다. 우리는 이모작을 고려해서 3월에 파종을 했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쌈무를 심어야 하는데 못 심고 있다. 요즘은 비도 자주 와 비닐을 못 감는다. 이모작을 못한 손해를 누구한테 하소연하냐”고 말했다.


수확장비가 오는 날은 농민들이 끝장을 보자고 대들기도 한다. 구림면 내 한 옥수수 밭에서는 수확장비가 진입한 뒤 농민이 “이곳 옥수수를 다 베기 전에는 밭에서 나갈 수 없다”며 출로를 차량으로 막는 일도 발생했다. 수확 장비가 적다보니 장비를 운전하는 사람도 밤늦도록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대로 지치고 장비는 장비대로 혹사돼 3년을 넘기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료용 옥수수의 적정 수확기간은 30일 정도인데 고장 수리와 비가 오는 날을 제하면 실제 장비를 가동할 수 있는 날은 며칠 안 된다.
현재 사료용 옥수수를 수확하는 장비 가격은 대당 3억원 수준으로 굉장히 비싸고 트랙터까지 더하면 5억원에 달해 개인이 소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경종농가에서는 행정에서 보조금을 높이는 등 수확장비를 추가로 보급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군에서는 올해 추경에 한 대를 더 도입할 예정인데, 그래도 장비 3대로 전 지역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송창섭 농축산과 축산경영담당은 “현재 운용하는 장비는 2012년식과 2015년식이다. 노후된 장비를 교체하더라도 3대는 굴려야 한다. 현재 반입하려는 장비는 트랙터 부착식으로 자주식(궤도로 움직이는 방식)보다 속도가 빠르고 잔고장이 적다. 다만 물이 고이는 등 땅이 질은 곳에서는 작업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보조비율은 50:50으로 돼 있다. 국비를 받으면 보조금 총액 1억5000만원 이내에서 40%로 비율이 제한돼 군비로만 보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회에서 동의를 얻으면 보조비율을 더 높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사료용 옥수수 재배농민들은 올해 수확은 물론 이모작도 체념한 듯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사료용 옥수수 생산은 쌀 재배면적을 줄이려는 정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며 군에서도 적극 추진해온 사업이다. 하지만 축산 농가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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