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흥 서지 소하천공사 피해 ‘소송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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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흥 서지 소하천공사 피해 ‘소송불사’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9.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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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가 되지 않는 아로니아 밭이 침수돼 큰 피해를 입었다.
침수로 복분자 죽고, 아로니아 상품성 하락
농가 “배수로 막혀 침수”, 업체 “비 때문에”
작목 고사 내년 농사에도 영향…소송할 터

복흥면에서 진행되는 서지 소하천정비사업 공사가 인근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공사를 하면서 물길을 제대로 트지 않아 침수피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해당 농장주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지 소하천정비사업은 복흥면 서마리 앞을 지나는 추령천의 폭을 넓혀 홍수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천 폭을 넓히기 위해 인근 농지 일부를 수용했다.
문제는 올 여름 비가 자주 오고 배수가 제대로 안 되면서 발생했다. 공사장 인근의 복분자와 아로니아 밭이 모두 침수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복분자는 예상량의 30%밖에 수확하지 못하고 나무가 모두 죽었다. 아로니아는 열매가 제대로 크지 않아 상품가치가 하락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아로니아는 열매가 작고 흙이 묻어있어 생과 판매는 적합하지 않았다. 세척 후 가공용으로 써야 하니 값은 값대로 떨어지고 품은 품대로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보통 선별작업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골라내지만 이곳에서 수확한 아로니아는 쓸 수 있는 것을 고르고 있다. 그런데도 상인이 물건이 안 좋다며 항의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석주(57ㆍ복흥 하마) 씨는 “6월 초부터 현장사무실을 가서 복분자 수확시기가 다가오니 배수로를 내달라고 얘기를 했다. 경지정리 공사로 원래 있던 배수로를 막아 침수피해가 예상됐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더라. 결국 복분자가 다 죽었다. 이 때만해도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로니아를 딸 때 즈음까지 안 와 몇 번을 찾아가 얘기했다. 아로니아밭이 질척거리니 인부들이 와서 일을 못하겠다며 두 번이나 그냥 갔다”며 “원래 한 필지에 한 개씩 배수로를 해주도록 돼있는데 업체가 하나만 해놓고 생색을 내서 싸우기도 했다. 작업 해주기로 약속한 날에도 굴삭기가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굴삭기를 빌려 직접 처리했다”고 말했다.
공사업체가 배수관을 처음 설치한 것은 7월 중순 경이다. 공사장과 인접한 한 씨의 농장은 모두 3필지이며 이 밭은 농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런데 배수관이 하나뿐인데다 토사물에 막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업체는 공사 전에 묻혀있던 배수관을 하나 더 발견했지만 이미 작물이 침수피해를 입은 뒤였다. 업체가 배수관을 하나 더 묻은 것은 8월 중순 경이다.
이에 대해 업체는 배수관 매설을 일부러 미룬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일중 소장(하남종합건설 서지소하천 정비사업)은 “배수가 잘 되는 곳도 있다. 한 씨가 직접 작업했던 그 날은 장비기사가 좀 늦게, 9시30분이 넘어 출근했는데 이걸 보고 우리가 안하려고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8월에 비가 워낙 많이 내렸다. 그 밭은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빠져도 고이는 상황이었다. 침수라기보다 고인 것이다. 이 공사가 작년 추수가 끝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원래 있던 배수관을 그 때 발견하지 못했다. 공사를 차일피일 미룬 것은 아니다. 말을 듣고 이틀 있다가 한 부분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한 씨가 주장한 최초 작업 요구 시기와 방문횟수 역시 다르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공사가 침수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공사를 하기 전에는 많은 비가 내려도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죽은 복분자와 아로니아는 모두 4년생이었다.
한 씨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변호사 선임은 공사현장 측의 태도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싸움을 한 다음날(8월 26일)만 해결해줬으면 다 참았다. 정상적으로 일하면 얼굴 붉힐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소송에 대해서는 현장소장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중에라도 감정이 풀리면 그 때 얘기해볼 참이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공사를 발주한 순창군은 한 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두 차례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 씨의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주민들은 “공사업체가 조금만 더 신경 썼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농민들은 피해를 입어도 어지간해서는 삭히려고 한다. 그것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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