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46)/ ‘자그만한’ 것은 없고 ‘자그마한’ 것만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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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46)/ ‘자그만한’ 것은 없고 ‘자그마한’ 것만 있지요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7.09.1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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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자그만한’은 ‘자그마한’ ‘
자그만치’는 ‘자그마치’
‘조그만한’은 ‘조그마한’

쓸모가 없어 버리게 된 종이를 일컬어 ‘폐지’라고 한다. 길가에 버려진 종이박스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폐지를 모아 팔면 1킬로그램에 100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변에 폐지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두가 ‘그냥 돈이 되니까, 운동 삼아 심심해서’는 아닐 것이다.
심지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그만한 손수레에 자그만치 자신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폐지를 한가득 쌓고서 이리저리 기우뚱, 위태롭게 도로를 오가는 어르신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앞서 ‘넘어질 듯 자그만한 손수레에 자그만치 자신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폐지를 가득 쌓고서’에 쓰인 ‘자그만한’, ‘자그만치’는 모두 틀린 말이다. 각각 ‘자그마한’, ‘자그마치’로 고쳐 써야 맞다.
‘자그마한’보다 ‘자그만한’이 더 익숙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단순히 생각해서 ‘~마한’은 낯설고 ‘~만한’은 너무나 귀에 익어 그럴 수 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기상관측 이래 손꼽을만한 강력한 태풍”, “그 선수에 맞설만한 상대가 없다” 등 ‘~만한’이 그냥 각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그맣다’의 활용형인 ‘자그만’을 어근으로 착각하여 여기에 ‘-하다’를 붙였거나 비교의 ‘만 하다’를 끌어들이다보니 ‘자그마한’과 ‘자그만한’ 사이의 혼동이 생겨났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도 있겠다.
또 ‘자그마치’를 ‘자그만치’로 잘못 알고 있거나 더 많이 쓰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냥 발음이 비슷해서일까. 단서는 ‘만치’라는 낱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사람은 저만치 앞서 갔다”와 같이 ‘만치’를 접한 사람이라면 ‘자그마치’를 ‘자그만치’라 할 수도 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이’라는 ‘자그마치’의 뜻을 생각하다 보면 비교의 뜻을 지닌 ‘만치’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름 논리적으로 유추하여 ‘작다’와 ‘만치’를 결합시킨 ‘자그만치’를 만든 것이다.
‘조그맣다’의 활용형 ‘조그마한’, ‘조그만한’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 사람은 조그마한 흠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작은 집에 조그마한 정원을 꿈꾸는 소박한 사람이었다”처럼 ‘조그만한’이 아닌 ‘조그마한’이 올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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