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지인/ 부하의 고름을 빨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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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저지인/ 부하의 고름을 빨아주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9.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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吮 빨ㆍ핥을 연 疽 등창 저 之 갈 지 仁 어질 인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61

필자가 전방에서 소대장을 하던 시절, 40여명의 부하들 중에는 깡패출신과 정신병 병력자 등이 절반이 넘어 이들을 이끌어 가는데 매우 힘들고 어려웠었다. 그 중에 하나는 병사들 중 일부가 휴가를 갔다 오면 몹쓸 병에 걸려오는 것이었다. 병에 걸린 병사들이 창피해 하며 숨기다가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악화되니 어떤 병사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을 세심히 관찰하며 옆의 친구를 통해 탐문하고 때로는 화장실로 데려가 직접 확인도 하였다.
대대 의정장교는 졸병들에게까지 돌아갈 그런 고가의 약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내가 급히 시간을 내어 서울에 가 특효약과 주사약을 사왔다. 급기야 얄팍한 소위 봉급이 바닥이 나 옆 소대장들에게 빌리고 다음 달 또 그 다음 달에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결혼한 후에도 빌린 그 돈을 갚느라 아내에게 석 달이나 제대로 된 봉급을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
오기(吳起)는 중국 춘추시대 위(衛)나라 사람으로 용병의 술을 좋아했다. 일찍이 증자(曾子)에게서 배우고 노(魯)나라 임금을 섬겼다. 제(齊)나라가 노를 공격하므로 노의 임금이 오기를 장군으로 삼아 제를 치려했으나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사람인지라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오기는 노나라의 장군이 되기 위해 아내를 죽였다. 이에 임금이 오기를 장군으로 기용하여 제를 공격하여 크게 깨뜨렸다. 
나중에 오기를 시기하며 욕하는 자들이 나타나고, 위(衛)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걱정한 임금이 오기를 의심하고 멀리했다. 그래서 오기는 위의 문후(文侯)가 현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섬길 생각을 했다.
문후가 재상 이극(李克)에게 물었다.
“오기는 어떤 인물인가?”
“오기는 탐욕하고 호색하는 자이나 용병의 술에는 어느 누구도 그를 따르지 못합니다.”
마침내 위의 장군이 된 오기는 진(秦)을 쳐 여러 성을 빼앗았다.
오기는 장군인데도 졸병과 똑같이 먹고 입었으며, 누울 때도 자리를 깔지 않았고, 행군할 때에도 수레에 타지 않았다. 또한 자기가 먹을 양식은 자기가 갖고 다니는 등 병졸과 고락을 함께 했다. 종기를 앓는 병졸이 있었을 때 오기는 그를 위해 고름을 빨았다. 그 병졸의 어머니가 이 이야기를 듣고 탄식하며 슬퍼하자 어떤 사람이 물었다.
“오기 장군이 일개 병졸에 불과한 아들의 종기를 낫게 하기 위해 고름을 빨아주었다는데 어찌 슬퍼하는 것이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난 날 내 남편이 종기로 고생할 때에 오기 장군이 고름을 빨아 준 일이 있었답니다. 그 일에 감격한 남편은 도망 칠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지요. 그는 끝내 전사하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이제 또 오기 장군이 내 아들의 고름을 빨아주었다고 하는군요. 나는 아들이 또 틀림없이 또 전사할 것을 생각하니 슬퍼지는 것이랍니다.”
이 성어는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 나온다. 등창을 빨아주는 인(仁), 뭔가 목적을 가지고 선행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러한 오기의 이러한 행동은 ‘오기가 인간의 감성을 확실히 이해했고, 병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행동으로 병사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했던 것’ 이라며 훌륭한 리더십의 사례로 특히, 군대 내에서 필수적인 리더십으로 언급되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오기는 부하와 동고동락하며 등창을 빨아주는 대가로 결국은 그 목숨까지 요구하는 그런 냉혹한 성정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사람의 관계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성어의 의미는 후세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못할 짓이 없는’ 즉, ‘덕이 없는 연저지인’ 이라며 비판되어졌다.
이런 의미로 생각해보니, 서두에 언급한 나의 소대장 시절의 일화도 문제병사가 없는 소대를 만들어 윗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잘 받아보려는 또 부하들로부터 신뢰를 받아보려는 내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과도한 지출(빚)을 한 것이 아니냐며 따지던 당시 아내의 비판에 어딘가 좀 찔린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났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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