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 2년차 ‘진안 상가막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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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2년차 ‘진안 상가막마을’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9.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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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잘 하고 있는 이웃 동네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주민들이 공연하고 있다.

 

 

500만원으로 꽃길 만들어…깨끗한 마을로 이어져
“싫어도 같이 가야”… 문화 소양 키워 지금은 만족
 친환경 율무로 고소득…상여소리 같이 하며 ‘단합’

진안군은 전국에서 마을만들기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꼽힌다. 진안은 지난 2001년 읍ㆍ면지역 개발계획에 마을사업을 반영한 뒤 지금까지 특색 있는 마을을 주민 주도로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다만 귀농귀촌에 눈을 뜬 시기가 순창보다 빨랐는데도 산간지형 특성상 농지가 적고 농업외 산업이 발달하지도 않아 큰 인구유입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모습이다.
진안이 마을만들기를 하며 본격적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은 2003년부터다. 읍ㆍ면지역 개발계획을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으로 바꾸고 조례를 제정했고 마을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권역별, 마을별 지도자 교육을 계속해오며 사업을 주도할 사람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도자들은 지역주민으로서 주민들을 모아 사업을 일궜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진안에서 열렸는데 이 행사를 주최할 역량이 되는 지자체는 별로 없다.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마을화단.


진안군 상가막마을은 전쟁 때 죽은 사람은커녕 다친 사람도 하나 없다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마을 평균 고도가 300미터(m)를 넘는데 그 뒤로는 깎아지른 듯 엄청나게 경사진 산이 있다. 이 산 자락의 계곡을 가막골이라고 하고 위로 상가막, 아래로 하가막 마을이 있다. 상가막 마을은 산자락에 위치해있고 주민들은 산을 개간해 먹고 살았다. 지금 마을의 주요 작물은 율무이며 “작물이 크면 워낙 빽빽하니 약을 치려고 해도 들어가 칠 수가 없어서”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다행히 율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다. 마을 내 율무 재배규모는 16농가 5만평이며 마을 친환경표시제가 밖에서 인정돼, 타 지역보다 높은 값을 받아 주 수입원이 됐다.
상가막 마을이 마을사업을 시행한지는 올해로 2년째다. 지난해 지자체로부터 500만원을 지원받아 처음 시작한 것은 꽃길 조성이었다. “마을 주민들이나 방문하는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심었는데 처음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김금석 이장은 “반대해도 밀어붙였다. 그분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한 동네 이웃인데 내칠 수는 없고 계속 설득했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지낼 사람들이니 속상해도 배려하게 되더라. 지금은 싫다는 사람도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디딜방앗간 일부는 마을에서 나온 것들로 썼다.


조촐하게 시작한 꽃길은 동네 화단으로 이어졌다. 작은 화단이지만 구역을 나누고 가꾸는 가정을 명시해 각자 원하는 꽃을 심게 했다. 구역을 배정받은 주민들은 화단을 정성껏 가꿨다. 교육을 통해 쓴 자작시를 동네 벽화와 버스정류장에 녹여내 문학마을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벽화는 누구의 도움 없이 주민들이 스스로 무엇을 그려야겠다고 제안한 내용을 반영했다. 별자리가 그려진 벽화 정면으로는 멀리 덕유산이 들어왔다.
주민들은 화단에 이어 깨끗한 마을을 가꿔보기로 결정하고 마을회관 옆에 분리수거장 겸 창고를 지었다. 분리수거장을 짓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실천해오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는 계기 중 하나는 상여소리였다. 2년 동안 상여소리를 배운 김 이장이 선창하면 그 소리를 주민이 이어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덕분에 상가막마을에서는 전통방식의 장례가 가능해졌고 주민의 단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상가막마을 주민들은 지난 7일 열린 마을만들기 지방정부협의회 개막공연에서 상여소리를 했다.
시행 2년차에 성과를 내는 마을은 전국에서도 매우 드물다. 이곳은 마을에서 나는 재료로 디딜방앗간을 짓고 체험하도록 했다. 틈틈이 농악을 연습해온 주민들은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다만 “한 때 이 동네에는 60가호가 살았다.ㅆ 내가 어릴 적 다니던 가막분교에는 학생수가 120명이나 돼 운동회도 했는데 폐교된 지 오래고 마을에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다. 주민들도 많이 떠나 한 때 중턱이었던 우리 집이 이제 제일 윗집이 돼버렸다. 아이들 뛰는 소리 들어보는 게 동네 소원이라면 소원”이라는 주민 말처럼 행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적은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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