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감기 걸린 물고기」
상태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감기 걸린 물고기」
  • 윤미심 회원
  • 승인 2017.09.14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섭 글, 그림

헛소문…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어릴 적 산만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작가. 하지만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니 그 상상력의 크기만큼 산만하단 걸 깨닫고, 이젠 그 상상력을 주위 사람들과 즐겁게 나누며 늙어 가고 싶다며 쓰고 그린 그림책이 있다. 바로 <감기 걸린 물고기>.
짙푸른 바다 속. 떼를 지어 다니는 색색의 물고기들을 보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초롱아귀는 어떻게 하면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지? 하며 물풀 속에 숨어 궁리를 한다. 드디어 찾아낸 방법!
아귀는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고 물고기들을 동요시킨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펄펄 나니 빨간거라고… 물고기들의 혼란은 잠시, 결국 빨간 물고기들을 무리에서 쫓아낸다. 정작 감기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혹시나 감기라는 병이 옮길까봐 맹목적으로 아귀의 말을 믿었던 물고기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귀는 감기 걸린 그럴싸한 이유를 들어 무리에서 쫓겨난 노란색 물고기도, 파란색 물고기도, 검정 물고기도, 회색 물고기까지 덥석 삼켜버린다.
조금만 더 의문을 가지고 생각을 하면 엮이지 않았을 텐데 참 씁쓸했다. 아귀의 뱃속에 갇힌 후에야 우리가 왜 그랬냐며, 헛소문에 모두가 당한 것을 깨닫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나는 다행스런 안도감과 희망이 잠시 생겨났다.
결국 해파리의 간지럼으로 ‘에~취!’ 재치기를 하게 된, 아귀가 삼킨 물고기들을 모두 토해내는 장면(아니, 아귀가 죄받아서 감기에 걸려서 일까?)과 마지막 장에서 기가 푹 죽어 물고기 떼를 경계하며 도망가는 모습에서 통쾌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빨강 노랑 같은 원색으로만 가득 채워진 면과 자세한 설명대신 아귀와 물고기 떼가 주고받는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고 가서 더 친근하고 재미있었다.
소문은 그 사람을 높이 칭찬하기 위해서, 누군가 잘못을 감추려 했던 것을 진실로 드러나게 만드는 좋은 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듣는 소문은 누구를 상처 입히거나 잔뜩 부풀려진 채 허무한 소동으로 끝나기가 대부분이다. 아귀의 거짓 소문에 휘둘리는 물고기 떼의 모습은 답답하기도, 얄밉기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런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안의 어떤 모습과 닮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얼마만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정도이지? 내가 물고기였다면 과연 그런 소문을 잘 이겨냈을까? 헛소문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뒤돌아보게 만든 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