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15)/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상태바
동화 로봇개(15)/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9.21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15화

저녁 늦은 시각. 공 박사네 집 앞 도로에는 유기견 보호소 탑차가 서 있었다.
강 여사는 뚱뚱이 소장과 홀쭉이 조수를 앞에 놓고 기가 찬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뚱뚱보 소장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눈물과 콧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눈동자는 빨갛게 충혈되었고, 코는 딸기코였다.
“어디 입으로 개를 잡나 보죠. 말로는 뭘 못 잡아요. 당당하게 말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못 잡겠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에요.”
강 여사는 꼴좋다는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오늘은 그렇고 다음에 시간을 내서 오겠습니다. 아무래도 처리해야 할 떠돌이 개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라서…….”
뚱뚱보 소장은 꼬리를 내린 강아지처럼 기죽은 소리를 했다.
“이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 알아요. 부자들만 사는 동네에요. 이대로 일을 끝내면 구청에 신고해서 제대로 일하게끔 만들어 주겠어요.”
강 여사는 두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사모님, 저희가 유기견 보호소를 계속 비워놓고 있기는 그렇고…….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뚱뚱보 소장은 말을 주저주저하며 강 여사에게 조그마한 비닐봉지를 건넸다. 안에는 하얀 가루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주사기도 하나 건넸다. 뚱뚱보 소장은 마치 누가 엿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 여사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 다음날 오후가 되었다.
순자는 유치원을 마치고 와서는 엄마에게 산책가자고 졸랐다. 강 여사는 귀찮은 표정을 짓다가 알았다며 허락했다. 순자는 스카이를 안고 나왔다. 그런데 전과 다르게 등 뒤에 조그만 가방을 멨다. 강 여사는 순자의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괜히 궁금해졌다.
“너 잠시 가방 좀 보자. 산책하러 가는데 가방은 왜 메고 가니?”
순자는 덜컥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강 여사는 순자의 가방을 강제로 뺐었다. 지퍼를 열고 안을 살폈다. 소시지가 들어 있었다.
“산책가서 먹을 거야.”
순자는 변명했다.
“산책이 소풍 가는 거니? 그리고 소시지를 몇 개나 넣은 거야.”
강 여사는 소시지 하나를 꺼내 들고 따지듯 물었다.
순자는 우물쭈물 말을 못했다.
“너 바른대로 말해. 혹시 이걸 떠돌이 개한테……?”
순자는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콕콕 찔러 대는 엄마의 무서운 말투에 그만 울상이 되었다. 엄마가 버럭 윽박지르자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고 말았다. 떠돌이 개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달마티안을 더러운 물에 빠뜨린 일부터 다친 엄마 시추를 치료해 준 것까지. 어제는 오빠가 훈제닭고기를 가져다주었고 오늘은 자기가 가져다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순자는 오빠와 절대 비밀로 하기로 했다며 울먹였다.
“그래, 엄마는 속이고, 너희끼리만 비밀로 하고 잘한다. 어디서 배운 버릇이야!”
“엄마, 잘못했어요.”
순자는 동그란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였다. 눈물 연기의 달인이다. 강 여사는 헛웃음을 치며 순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잠시 순자를 꼬나보더니 뜻 모를 미소를 슬쩍 지었다.
“내가 너무 심했니? 너희 마음도 모르고. 맹자 오면 둘이서 먹을 걸 주고 와. 엄마는 모른 척할 게.” 강 여사는 부드러운 말투로 허락했다. 순자는 단번에 변한 엄마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정말, 그래도 돼?”
순자는 엄마에게 안겨서 얼굴에 쭉쭉 뽀뽀했다.
“먹을 건 내가 더 맛있는 걸로 챙겨줄 게.”
강 여사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음식을 챙겼다. 순자는 앗싸, 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눈물 연기가 먹힌 것에 감사하며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순자는 현관에서 기다렸다. 오빠가 돌아오자마자 앞가슴 살이 통통한 닭고기를 내밀었다.
“뭐야?” 맹자는 뒤로 주춤 물러나며 말했다.
“오늘 줄 먹이야. 내가 챙겼어.”
맹자는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이 데리고 빨리 갔다가 오자.”
둘은 자전거에 스카이를 태우고 재활용센터 쪽으로 달렸다. 창고 뒤편 공터에 자전거를 세웠다. 닭고기를 꺼내 스카이 입에 대어보았다. 아무래도 너무 커서 스카이가 물고 땅굴로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단 불러내야 할 것 같았다. 스카이 몸에 닭고기를 문질렀다. 냄새를 맡고 따라 나오도록 말이다. 입구 밖에다 닭고기를 놓아두었다. 둘은 스카이를 땅굴 안으로 들어 보내고 멀찍이 물러서서 기다렸다.         
<2주 후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군 올해 첫 인사발령
  •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출마예상자
  • 최영일 군수 신년대담 “‘아동 행복수당’ 18세 미만 월 40만원씩 지급” 추진 계획
  • 제2대 체육회장 선거…19일 향토회관
  • 군청 인사 예고 이르면 오늘(4일) 발표
  • 설 대목장날, 가족 만날 기대감 부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