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민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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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민예찬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7.09.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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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두지마을 이장
농민예찬(農民禮讚)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 했다. 지금도 그러한가에 대한 답은 그저 주관적인 판단일 뿐,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동의에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이 답에 긍정하는 농민들조차도 대부분은 감성적 동의와 당위일 뿐, 변화를 추동할 만큼의 확신은 아닌 듯하다.
최근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지만, 여전히 기대일 뿐이다. 그렇다면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을 바라보는 동시대인의 시선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농업’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젠 먹거리마저 국가 간에 교역되는 상품이 되어버린 마당에 ‘농업=기간산업’ 운운하는 것도 촌스러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부족할 땐 수입하면 그만이다. 식량안보, 자급률 따위는 그저 심각한 표정을 한 학자들의 따분한 공염불일 뿐이다. 대부분 미국에서 공부한 윤똑똑이 학자들과 관리들은 농업이 ‘온실 속 산업’이 되었다며 농업에 대한 과보호 정책을 없애자고 안달이다. 6차 산업의 세련된 옷을 갈아입자고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농촌’은 여전히 농민들의 애환이 농축된 삶의 현장인가.
헌법에도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도 이젠 박제된 사자성어일 뿐, 터전인 농토는 대부분 도시 사람들의 차지가 된지 오래다. 도로가 나고, 농공단지가 들어서고, 각종 혐오시설이 들어설 뿐 두레하고 품앗이하던 들녘의 농민들은 이제 마을 한편 노인당으로 쫓겨났다. 생명을 잉태해왔던 농촌은 생기가 사라지고 빛을 잃었다. 도시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얼굴을 한 귀촌인들은 이방인마냥 아직은 낯설다.
‘농민’은 등외국민(等外國民)이라 자조한다. 전체 유권자의 5%로 전락한 농민들은 정치가 작동되는 영역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정치적 유배자이자 변방의 소수자인 농민에게 다수 국민들은 ‘지방’에 사는 ‘촌놈’이라 불렀고, 무지하고 몽매하다며 무시했다. 도시 사람 흉내라도 낼라치면 ‘촌사람들이 더 약아빠졌다’며 손사래 친다. 도시 서민들조차 농민에게만 직불금 등 각종 보조금을 준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위에서 푸념마냥 나열한 몇 가지 단상들이 농업과 농촌, 그리고 우리 농민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과 같지 않음은 자명하다. 또한 절망적 상황이 희망의 근거를 잉태하는 토양이니, 필자의 의견을 애면글면 부정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 농업은 여전히 자본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가를 지탱하는 민족 산업이다. 농촌 역시 미래사회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흔적이자 거울이다.
단지, 농업을 담당하고 농촌에 발 딛고 사는 농민이 스스로 희망을 놓거나 자조하지 않아야 한다. 농업이 천시받는 사회여도 인류가 지속되는 한 농업은 여전히 근본으로 남지 않겠는가. 위정자들이 농업을 업신여겨도 농자천하지대봉(農者天下之大ㆍ봉)이라며 농민 스스로 우리의 업을 낮춰 부르지 말자. 자연과 조응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품격 있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드높은 자존감과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 실행하며 책임지는 자주적인 삶의 태도는 농민들이 농사를 통해서 태곳적부터 유전인자로 지녀왔던 것은 아닐까. 이 유전인자야말로 유사 이래 농민이 역사적 격변기를 헤치며 역사적 주인으로서 살아온 힘이 아니겠는가.
가을이다. 들녘은 어느덧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들녘을 바라보며 어떤 이는 황금들녘이라며 목가를 부를 것이나 농민들은 폭락된 쌀값 걱정에 시름 가득한 얼굴로 논둑에서 구부정 앉아 담배를 물것이다. 그리곤 머지않아 여기저기서 콤바인이 숨바꼭질 하듯 내달리고, 잘려진 나락 뭉텅이는 기계를 따라 빨려 들어가 우리가 살아온 하루하루를 옆구리로 토해낼 것이다. 그렇게 가을 들녘은 비어가고, 해는 저물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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