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진 선배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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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진 선배님 그립습니다
  • 우기홍 부국장
  • 승인 2017.09.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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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홍 전북도민일보 부국장

1980년대 후반 N 대통령이 ‘6·29 선언’을 한 6월29일에 창간한 일간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현직 기자로 있습니다. 세월은 빨라 어느덧 30여년이 흘렀습니다.
언론계로서는 늦은 나이인 30대 후반에 수습기간을 거친 후 인근 남원과 전남 담양에 이어 1990년부터 고향인 순창에서 근무 중입니다. 순창으로 출입처를 옮기면서 7년 선배이신 권진 형님을 만났습니다. 학교와 나이 등은 제가 한참 후배이지만 기자로서는 송구하게도 제가 선배입니다. 제가 담양을 출입할 때 권 선배는 순창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시 순창에서는 J일보 S선배를 제외하고는 제가 제일 선임기자였습니다.
나름 안정된 직장이던 공무원직을 버리고 기자로 변신한 선배는 침착하고 말이 적었으며 인정도 많았습니다. 특히 사진관을 하시던 당신의 부친과 공직생활(공보업무) 경력 때문에 보도사진에는 누구보다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더욱이 순창 언론사에 한 획으로 기억되는 ‘군청 기자실 사무용품 복도 이사 사건’ 이후에도 저를 퍽이나 챙겨주셨습니다. 이 사건은 속칭 ‘전북지’ 기자들이 저와 두 동료가 속한 ‘전남지’를 배제하려는 방법이었습니다. 딱히 나눠 먹을 것(?)도 없는데 밥그릇 싸움이라고들 주위에서는 수군댔습니다.
특히 권 선배는 또 다른 선배가 따로 불러 내 “네가 기자실 원흉이다. 왜 우 기자를 챙기고 감싸느냐”라고 질책했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제게 힘을 실어주셨답니다. 한 번은 과적차량의 문제점을 기사화해 관련된 지역후배가 기자실에 찾아 ’막말‘을 해도 웃음으로 응대했던 대인배였습니다. 이후 도내 시민단체의 지적과 기자실 자체 논의를 거쳐 군청 기자실은 폐쇄했습니다. 이 때문에 선배와 저를 비롯한 몇몇 동료 기자는 십시일반으로 임대료를 걷어 시내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선배는 저와 늘 사무실에서 함께 있었습니다.
권 선배는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터미널 인근 병원 3층에 입원 중일 때 당시 군수는 2층에 입원해 있던 까마득한 후배 기자의 병실은 위로차 찾았으나 선배의 방은 외면하고 돌아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때도 퇴원 후 저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한숨만으로 넘어가곤 했답니다.
또 가정을 꾸린 가장으로 씀씀이가 컸을 시절에 선배 친구 여럿이 지역 몇몇 관공서에서 사무관 이상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제 기억으로는 별다른 부탁을 하지 않았던 선배였습니다. 노트북을 사용하기 시작하던 초기부터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사용법을 열심히 터득해 순창에서는 노트북을 활용해 기사를 송고하는 몇몇 안 되는 기자였습니다. 당시 선배 아이디는 kjin24xx 으로 기억됩니다.
후배들도 많이 선배를 따랐습니다. 이원주ㆍ김칠성 형님들이 자주 선배를 찾은 후배들입니다. 특히 김일상 형님께서는 작고하기 얼마 전에 당신의 가게 앞을 지나던 저에게 “내가 (권진) 형님을 모셔야 하나 우 기자가 대신하니 고맙네”라고 말씀한 기억도 있습니다. 별로 선배에게 잘하지도 못한 저로서는 과분한 당부이자 칭찬으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선배와 함께 자주 순두부집으로 점심 먹으러 가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술을 좋아했던 선배가 취기가 오면 부르는 노래는 가수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언젠가는 너와 함께 하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로 시작되는 노래지요. 선배와 주로 술잔을 나눈 선ㆍ후배도 많았습니다. 단순한 술자리가 아닌 정이 오고 갔습니다. 앞서 언급한 후배들 외에도 순창군청 강성일 전 기획실장과 설제훈 전 읍장, 양동엽 현 기획실장, 박학순 과장 등이 우선 생각납니다.
요즘 출입처나 언론계 환경은 과거와 다릅니다. 권 선배처럼 서로 챙겨주던 그 시절이 아닙니다. 까마득한 후배가 ‘혹자’란 장막(?)을 치고 선배기자의 칼럼을 “사심이 아닌지”라고 들이대는 고약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저는 과거 권 선배의 지극한 배려 때마다 다짐했습니다. 훗날 후배기자의 못된 치기가 있어도 선배가 베푼 사랑으로 감싸 안을 거라고.
권진 선배님! 선배님과 함께 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니 선배님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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