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말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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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말들의 풍경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10.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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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출간
한국어의 생태 추적한 교본…‘언어학적 에세이’

 

이 책은 언론인이자 언어학도, 작가인 저자가 2006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일간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언어학적 에세이다.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이라는 부제처럼 말(한국어)에 초점을 맞췄다.
언어 현상에 관한 글을 묶은 1부 ‘말들의 풍경’과 텍스트나 저자에 관한 논평이 모인 2부 ‘말들의 산책’, 2009년 연재하다 중단(?)한 ‘말들의 모험‘이 3부로 실렸다.
저자는 각기 다른 주제로 보이는 50여 편의 글을 통해 ‘국어’라는 이름, ‘방언’의 의미, ‘한국어의 미래’ 등 언어적 화두에서 출발해 정치, 사회, 역사를 꿰뚫고 넘나들며 한국어라는 하나의 커다란 풍경으로 묶어낸다. 저자는 한국어 이 구석 저 모퉁이의 단면을 살피며 독자들에게 그 속살을 보여준다. ‘남과 북, 그 헌법의 풍경’, ‘외래어와의 성전’ 등 딱딱한 주제를 다루다가 ‘누리망의 어떤 풍경’, ‘광고 카피’ 등 읽기 편한 주제를 다루면서 한국어의 다채로운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언어학이다. 언어학은 어렵다. 그러나 저자의 언어학 에세이는 다르다. 찬찬히 글을 따라 읽다보면 언어의 오묘한 속살을 엿볼 수 있다. 이미 <감염된 언어>, <모국어의 속살>, <국어의 풍경들> 등의 저서에서 한국어에 대한 애정과 깊이를 드러냈던 저자는 이 책에서도 언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풍경을 의미 있게 펼쳐 보였다.
‘임재경ㆍ홍승면ㆍ정운영’ 3인의 저널리스트에 대한 글은 매우 인상 깊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한국 현대사의 ‘멋진’ 저널리스트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어 기뻤다. 지금 하는 일과 연결되고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지 오래라 새삼 참 언론의 의지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가 복잡하고 어지럽듯이 우리의 말들도 복잡하고 어지러워 가닥을 잡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남녀의 구분, 정치와 사회, 방언, 존칭어들의 의미를 명확히 알려준다. 서울 사투리의 고저장단, 미묘한 음운의 변화, 그에 따른 분위기, 사회 계층적인 차이 등을 조목조목 밝혀 참 지식을 얻는 희열을 느끼게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언어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의 어지러운 말과 사물까지 존대하는 엉터리 존대법은 물신주의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더구나 스마트폰이 일상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말과 글의 혼란이 심각하고 급변한다. ‘커엽다(귀엽다)’ ‘머머리(대머리)’ ‘떼이스북(페이스북)’ ‘재석(유재석)’처럼 얼핏 오타나 오기처럼 보이는 단어들이 인터넷을 넘어 일상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꼭 일독해야 할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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