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루를 위하여 3년을 기다린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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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루를 위하여 3년을 기다린 하루살이
  • 류기혁 전 교육원장
  • 승인 2017.10.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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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류기혁 전) 전북공무원교육원 원장/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

가을에 나무들이 열매 떨어트리고 마른 잎만 바람에 흔들리고 떨어진 잎들이 땅 위를 구를 때 인생의 허무함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은 한 조각 뜬구름과 같다고 한 서산대사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그 뜬구름이 없어짐이라.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으니 태어남과 죽음, 오고가는 것 또한 이와 같네.’
하루살이는 귀뚜라미, 바퀴들과 함께 곤충류의 메뚜기목, 하루살이과에 속하고 대부분 다른 곤충처럼 2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앞날개가 뒷날개 보다 훨씬 크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곤충들이 냇가, 연못, 호수의 물에 알을 낳고 새끼시기를 그곳에서 보내며 살다 껍질 벗고 나와 어른벌레가 되어 잠깐 살다가 죽는다. 강에서 돌멩이를 들추면 실그물에 굵은 모래 섞어 돌바닥에 집 지어 붙어살고 있거나 가랑잎 모래 모아다져 지은 굴집을 통째로 끌고 다니기도 하는데 이들 모두가 물에 사는 곤충을 통틀어 수서 곤충이라 부른다. 이 새끼들도 맑은 물 더러운 곳을 골라 산다. 하루살이 강도래 날도래 유충이 사는 곳은 1급수로 강의 맑기를 재는 잣대가 된다.
초여름 가로등이나 물가, 밤 불빛과 차 불빛에 날아드는 부나비들에는 나방이도 있지만 하루살이가 주류를 이룬다. 이 하루살이는 세상에서 하루 살다 죽으니 성충이 되어도 먹이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입이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있다. 수서곤충들 대부분이 다 그렇다. 그 대신 몸에 지방을 많이 가지고 나온다. 칼로리 많이 내는 비축된 지방만으로도 생식활동이 충분하다.
미국의 미시시피강 긴 다리 위에 하루살이 시체가 쌓여 자동차가 체인을 감고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름밤 운전을 하면 차 범퍼에 하루살이가 많이 붙어 있다. 닦으려고 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것은 지방덩어리라 그렇다.
하루살이 유충을 서양에서는 나이아드(naiad, 님프 nymph)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물의 요정으로 그만큼 예쁘다는 뜻이다.
알에서 깬 하루살이 유충은 모래와 흙이 적당히 섞인 바다에 굴을 파고 사는데 돌에 붙은 조류나 수초를 갉아먹고 살고 계류나 강호수가에 서식하는 깨끗한 수서곤충으로 공장폐수가 흘러들거나 오염된 강에는 살 엄두도 못 낸다. 강이 썩어가니 지금은 개똥벌레는 물론 하루살이도 점점 우리 곁에서 마냥 멀어져가니 안타까운 일이다. 사욕으로 강을 엉터리로 버려놨으니 물고기도 물벌레도 살기 어려운 국토가 되어가고 있다. 좀 잘 살아보겠다는 욕심이 만들어낸 재앙이다.
선거에서 인물 잘 골라야겠다. 자기가 한 짓 감추려고 온갖 수단 가리지 않고 부족한 인물에게 권력 승계한 못난 인물로 자연과 사회가 병들고 있다. 하루살이 유충은 종에 따라 1년이나 3년 간 물속에 살면서 25회 이상 탈피를 하는데 호흡은 배 뒷면 보기 어려운 특이한 숨관아가미로 한다, 큰 유충은 수면이나 물가로 기어 나와 하루 이틀 머물다가 허물을 벗고 변신해서 성충이 되어 하늘로 비상한다.
우리가 보기는 단순히 공중을 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짝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하루를 위해 3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린 것이다. 이들은 나는 재주가 남달라 우리 눈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날면서도 짝짓기를 한다. 때도 좋은 오뉴월해질 무렵 축제가 열리는데 5월이 절정기라 하루살이를 서양 사람들은 메이플라이(Mayfly)라 하는 것 같다.
젖 먹는 힘까지 쏟아 정자를 뿌린 수놈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떨어져 고깃밥이 되고 암놈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복부를 수면에 좌우 2개 수란관에서 4000개의 알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수놈을 따라 죽어간다. 이때 허기진 저녁 피라미들이 날뛰기 시작하고 밤낚시꾼들도 자리를 펴고 앉는다.
짧은 삶속에서도 자손을 남기고 바로 죽어가는 하루살이를 볼 때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해본다. 낳아서 대학까지 보내고 결혼까지 해주면서 자신의 노후 대책도 없는 부모는 하루살이와 무엇이 다른가. 그 후 삶은 삶이 아니라 껍질만 허우적거리는 것이며 그런 삶은 하루살이만도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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