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알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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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알사탕’
  • 성은미 연구회원
  • 승인 2017.10.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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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은미 어린이도서연구회원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

마법 같은 ‘알사탕’ 이야기
“내가 먼저 말하기로 했다. 나랑 친구할래?”

앗! 백희나가 돌아왔다. 백희나의 그림책은 강렬하게 내 마음 속에 배킨다.(아짐 개그ㅋㅋ)
장수탕 선녀에서는 요구르트를, 이상한 엄마에서는 거대 오무라이스를 먹여주더니 이번에는 달달한 알사탕이다. 그것도 마법의 알사탕. 이 작가는 내가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아나보다.
친구 없이 늘 혼자 노는 아이 동동이는 동네 문방구에서 알사탕을 한 봉지 샀다. 한 알을 골라 입에 넣었더니 원래는 들을 수 없던 존재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정말 이상한 사탕이다. 처음에는 소파가 하는 말이 들리더니 그다음엔 구슬이, 아빠, 하늘나라 할머니, 나뭇잎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마지막 투명한 알사탕은 누구의 목소리일까?
알사탕을 먹으면 원래는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도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불어넣어준다. 동동이가 사탕을 들어 보여줄 때마다 누구의 목소리가 들릴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다음 장을 펼쳐 알사탕의 주인공이 나타나면 알사탕의 색깔과 모양이 알사탕의 주인공과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파는 소파 색깔의 알사탕, 강아지는 얼룩덜룩한 알사탕, 아빠 수염처럼 까칠까칠한 알사탕, 할머니처럼 부드러운 풍선껌, 주홍빛, 노오란 빛 색깔의 알사탕은 늦가을의 낙엽들까지.
선입견일수 있겠지만, 아빠가 나오는 장면에서 아빠의 대사는 보통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이다. 동동이네 집은 아빠가 하는 걸로 봐서 무슨 이유인지 엄마가 없는 아이인 듯하다.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 사는 동동이는 외롭다. 친구와도 잘 못 사귄다. 심지어 머리 모양도 유행지난 바가지 머리다. 콧구멍은 왜 그리도 큰지. 한마디로 동동이는 못생겼고, 성격도 까칠하고, 다른 존재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다. 친구들한테 먼저 놀자는 말도 못하고, 구슬이가 “또 오해하네! 내 맘같이 까칠한 사탕”이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런 동동이에게 알사탕은 동동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매개이다. 알사탕을 매개로 주변과 화해를 한다. 그동안 힘들었다는 소파의 옆구리에 끼어있던 리모컨을 꺼내주고, 나랑 놀아주지 않고 자꾸 도망 다니는 구슬이의 목줄을 풀어주고, 늘 잔소리만 하는 아빠의 진심을 알고 사랑해 말하고, 일찍 돌아가신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는 이젠 언제든 들을 수 있고, 마지막엔 자기 자신과 혼자 노는 게 재밌다고 말하는 동동이의 진심은 친구를 사귀고 싶은 거다.
알사탕을 매개로 주변 사물과 사람의 진심을 알고 화해하게 되지만 결국엔 동동이 자신이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슨 상처인지는 모르지만 상처로 꼭꼭 숨겨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열어가는 외롭고 소심한 아이의 성장을 정말 재미있게 표현했다.
첫 페이지에 “나는 혼자 논다”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대사가 너무 서글프게 다가왔다. 거절당해서 상처 받는 게 싫어서 혼자 노는 걸 택한 아이. 얼마나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을지 동동이의 진심을 반어법으로 표현하니 더욱 더 외롭게 느껴진다.
인도 신화에서 인간들의 행복한 모습을 시기한 신들이 행복을 빼앗기로 하고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두면 절대로 찾아내지 못 할 것이라 확신하며 행복을 마음속에 감추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헤매고 갈구하지만 제일 가까이에 두고도 찾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알사탕은 투명하다. 내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고 행복을 찾으라는 의미의 알사탕. 내 마음속 목소리가 들리고 그제야 동동이는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말을 하게 된다. “나랑 같이 놀래?”
누구나 한번쯤 어린 시절에 겪었을 법 한 낯선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걸지 못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학교를 전학 갔을 때의 그 낯섦은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친구를 사귀지 못하던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는 동동이를 닮았다. 알사탕의 주인공은 동동이가 아니라 내가 된다.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2년이 흘렀고, 6학년이 되어서야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친구들과 겨우 사귈 수 있게 되었다. 7년전 순창으로 이사 왔을 때 내 기분도 그랬다. 외로웠다. 그땐 다른 사람들 탓만 했었다. 순창이 싫다고 순창 사람들 삭막하다고. 하지만,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것을 7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다정다감’이라는 알사탕을 먹고서… ㅎㅎㅎ
동동이가 산 알사탕이 33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인 나에게 7년전 38살의 나에게 왔더라면 나두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을. 그래서 마지막 한마디는 동동이의 대사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기도 하다. 여러분들도 그렇지?
“내가 먼저 말해버리기로 했다. 나랑 친구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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