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암정ㆍ어은정 답사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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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구암정ㆍ어은정 답사 소감
  • 정동훈 독자
  • 승인 2017.10.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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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동훈(적성 대산)

 

구암정은 동계면 구미리 장군목길에 있다. 전북지정문화제 자료 131호다. 1520년대 조선 초기 인물인 남원양(楊)씨 양배의 학문과 덕망을 추모하기위해 1808년 그의 후손들이 정성을 모아 적성면 지북리에 지계서원을 세워 종향하였으나 1868년 흥선대원군(고종의 아버지)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헐려졌다. 그 후 대한제국 광무2년(1898년)에 그의 덕망을 흠모하는 후학들이 그의 호를 따서 동계면 구미리 장군목길 262-59번지 현재의 장소에 ‘구암정’을 세웠다.
구암은 양배의 호다. 구미마을에서 태어난 구암은 학문이 매우 높았으나, 몇 차례의 사화(士禍, 조선시대에 조신 및 선비들이 반대파에게 몰려 화를 입은 사건)로 어진 선비들이 화를 당하자 벼슬길을 포기하고 아우(양돈)와 함께 적성강 상류 만수탄에서 고기를 낚으며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 이들 형제가 즐겨 앉았다고 전해온 만수탄의 바위를 배암, 돈암 또는 형제암이라고 부른다.
구암정 주변에 이백년 넘은 백일홍나무가 수십 그루 있었다고 전하는데, 지금은 그 고목의 대를 이은 듯 백일홍 수십주가 적성강변에 줄 지어, 여름철 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구암정 앞에 섬진강길 자전거도로가 개설돼 사시사철 사람이 많이 다니고 자전거여행을 하는 청소년들이 구암정에서 쉬어가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구암정 인근에 자전차길이 나고, 청소년들이 불의에 절대 굽히지 않으셨던 옛 선비들의 삶과 기개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구암정의 내력을 적어놓은 안내판이 있지만 조금 크고 자세하게 적어 마당 입구에 세우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알 수 있을 것 같다. 구암정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양쪽에 산이 있고 가운데로 섬진강 물이 흐르는 풍경에 마음이 확 트인다. 청소년들이 옛 어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본 받아 국가의 동량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어은정은 적성면 구남평남길에 있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132호다. 어은 양사형은 1657년(조선 효종 8년)에 동계 구미마을에서 출생했다. 구암 양배의 증손자다. 적성 구남마을로 분가하면서 영하정을 지었는데 그 후 후손들이 재정비하고 어은정이라고 바꿨다. 어은은 조선선조 21년(1588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영광군수, 병조정량 등을 지냈다. 임진왜란 때는 의병을 일으켜 큰 공을 세웠다. 타계 후에 승정원 도승지의 증직이 내리고, 원종공신(原從功臣) 2등에 책봉되었으며 남원 화산사(華山祠)에 봉안되었다. 어은정은 여러 차례 고쳐지었는데 지금 있는 건물은 1919년 고쳐진 것이다.
적성 섬진강편 부근 산 아래 세워진 어은정 주변에는 백여 년 된 백일홍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꽃 필 때는 장관을 이룬다. 수십년전에는 여름이면 순창읍ㆍ유등ㆍ인계ㆍ적성ㆍ동계 주민들이 놀러와 휴식을 취하며, 섬진강 물 건너 귀부인이 머리를 손질하는 모습 또는 책을 쌓아놓은 모습처럼 보이는 채계산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높였던 곳이다. 섬진강 종단 자전거도로가 구암정, 어은정을 지나니 청소년들이 쉬며 역사공부도 하고 선비의 기개도 알아보면 크게 도움 될 것 같다.
구암정ㆍ어은정을 다녀오다가 전동차 전기가 달아져 끙끙대며 시목고개를 끌고 올라오는데, 서울에서 시목마을로 귀농 실습하러 왔다는 젊은이가 고개 정상까지 밀어주어 힘 들이지 않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은 나이든 어르신을 공경한다. 미래의 희망 청소년들이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에 얽힌 의미 등을 이해하며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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