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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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극기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7.10.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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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성일 전) 순창군청 기획실장

10월9일 한글날에도 역시나였다. 작년 박근혜 탄핵 집회 때부터 태극기가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기념일에도 가정에서 국기를 게양치 않는다. 예전에는 20% 정도는 게양했던 것 같은데 탄핵 집회 이후에는 국기를 다는 집이 거의 없다. 금년 3ㆍ1절이었다. 외출했다 집에 걸어 들어오며 무심코 내가 사는 아파트를 봤다. 우리 동에 2집만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그때는 헌재에서 탄핵 판결나기 전이었고 태극기 집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던 때라 그런 모양이다 했다. 그 뒤 헌재에서 판결이 났고 집회도 수그러들었다.
헌데 6월6일 현충일에는 우리 집만 달았다. 내가 사는 동이 30세대인데 나만 달은 것이다. 혹시나 해서 다른 동에 가보니 거의 달지 않았다. 내친김에 이웃 아파트까지 가봤다.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이 태극기를 달지 말자고 결의대회 한 것도 아닌데 일사불란하게 달지 않은 거다.
씁쓸했다. 그 뒤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 날에는 일부러 봤는데 게양치 않는다.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는 국기를 달으라는 안내문도 붙고 관리실에서는 방송도 한다. 티브이에서는 자막 광고도 내보낸다. 우이독경인지 마이동풍인지 달지 않는다! 집회에 태극기를 이용한 사람들의 잘잘못을 떠나서라도 그걸 이유로 기념일에 국기를 게양치 않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우리는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는 걸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제사를 모시는 것도 행사에서 의전을 중시하는 것도 그러하다. 천주교 신부님의 로만칼라, 수녀님복장, 스님들의 먹물 옷, 원불교 교무님들의 복장을 보면 마음자세가 달라진다.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들이 가운을 입었을 때와 일반 복장을 했을 때는 많이 다르게 보였다. 가운을 입었을 때가 품위도 권위도 느껴진다. 국민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세월호 사건 때도 선장이나 근무원이 규정된 복장을 하고 근무했더라면 그렇게 초라하고 비겁하게 도망갈 수는 없었을 거다. 당사자들의 직업관도 중요하지만 제복은 우리를 규율하는 힘이 있다. 군인들이, 경찰관이, 소방관이 제복이 아닌 일반 복장을 했을 때 근무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이다. 목숨을 건 전투, 범죄자 체포, 불길 속을  뛰어 들기가 망설여질 거다. 이게 제복과 직분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봤다. 87세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30년간 매일 집에 태극기를 게양하신다고… 그 할머니는 누구보다도 힘없는 나라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임금과 대신들이 잘못해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어갔고 지옥 같은 고초를 겪었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나라인데도 매일 국기를 다신다는걸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말한다. 국기 다는 걸 강요하는 건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후진국 행태라고…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기게양에 대해 강요하지 않는다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그 나라 일이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과 문화가 다르다. 식사할 때 우리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지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민족도 있고 맨손으로 먹는 민족도 있다. 문화의 차이지 우열은 아닐 거다. 자기 나라의 방식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예전에 자수성가한 기업체를 소개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회사 사훈이 “신발을 정돈하자”였다 유치원 수준 정도의 표현을 사훈으로 썼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했다. 그런 회사가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기본은 모든 것의 밑바탕이자 출발이기 때문이다. 기본이 튼튼해야 위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나무의 땅속뿌리는 지상으로 드러난 나무의 크기와 형태가 비슷하다고 한다. 땅위로 5미터(m)가 자랐으면 땅속으로는 뿌리가 5미터정도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무가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단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깊숙이 내려야 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북한 핵으로 미국 등 세계가 시끄럽고 걱정하고 있다, 헌데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워싱턴포스트지 기자가 말했다. 세계에서 핵을 무서워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우리 정치권은 안보에는 관심 없는지 무능한지 자기들 이익만을 위해 밤낮으로 싸우고 있다.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이랬을 거다. 올림픽 종목에 집안싸움이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맡아 놓고 메달을 땄을 텐데 아쉽다!
이런 정치 풍토를 만든 것은 유권자인 국민이다. 국민의 수준이 선거 문화와 지도자들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에 태극기는 없고 빨래만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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