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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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책’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7.11.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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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 -키케로

좋은 책의 가치를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순창청소년수련관 4층에서 ‘사람책’ 행사가 있었다. 책은 책이지 사람책이라니... 생소한 단어다. 알아보니 ‘사람책’은 사람이 책이 되어 자신의 경험과 지식, 지혜를 독자와 나누는 것이다. 사람책(human library)은 2000년 덴마크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제안해 ‘편견을 이기는 소통’을 목표로 등장했다. 그 후 취지에 공감한 이들에 의해 전 세계 70여 나라로 확산되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서울 노원구에 상설 사람책(휴먼라이브러리)을 시작으로 경기, 대전, 대구, 군산에서 순창까지 이어졌다.
28일 ‘사람책’ 행사는 6명의 전문가들이 책으로 변신해 참여자들에게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눠줬다. 힐링(치유)하면서 마음을 열어주는 영어학습,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미래, 난 내가 궁금해, 미덕으로의 접근, 전통의 색깔은 어디서 찾을까, 사람 무는 개 어떻게 해야 할까? 6가지 주제 중 자신이 선택한 주제로 모여 함께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다.
강의가 끝난 후 약 한 시간 동안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와 군산 ‘숨 쉬는 도서관’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2013년 제1회 사람책 열람행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작년에는 147명의 사람책과 1305명의 독자가 세워졌다. 혁혁한 공을 보이고 있는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와 숨쉬는 도서관이지만 그 이면의 어려움과 외로움도 있었다. 조성진 관장(숨쉬는 도서관)은 “5년차에 접어든 요즘 ‘정체성’과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이 많다. 실제로 많이 지치기도 했다”라고 위기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지쳐 있을 때 쪽지를 보았다고 했다. 사람책에서 만난(읽은) 학생들이 보낸 것이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이 바쁘셔서 내 감정을 이해받고 공감 받지 못해 외로웠는데, 사람책 선생님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얻었다. 우리 부모님도 사람책 선생님처럼 나를 공감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 관장은 “다시 힘이 났다. 일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우리 사람책을 통해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밀리 디킨슨의 말이 생각났다. “한 가슴에 난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한 인생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한 고통을 위로할 수 있다면, 기운 잃은 한 마리의 개똥지빠귀를 둥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우리는 가끔 너무 큰일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 높은 관직을 얻을 수 있는 일, 유명해지는 일 등.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단 한 명을 위한 작은 친절일지 모른다.
여기 한 어린아이가 있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아이 안에 있는 순수함과 천진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볼 것이다. 단순히 열매 없는 작은 나무가 아닌 많은 열매를 품고 있는 소중한 묘목으로 볼 것이다.
‘한 명’의 소중함을 아는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와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의 과수원에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릴 날이 기대된다. 함께 거름을 주고 물을 주어 그 날에 기쁨을 같이 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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