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우미성/ 아직은 어리고 부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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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미성/ 아직은 어리고 부족한데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11.02 1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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毛 털 모 羽 깃 우 未 아닐 미 成 이룰 성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64

《사기》의 소진(蘇秦)열전에 나온다. 털과 깃이 아직 자라지 않았다는 뜻으로, 사람이 아직 어리고 유치함을 얕잡아 이르는 말. 유사어로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남)를 들 수 있다.
지난 10월 하순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의 초미의 관심사는 정치국원 25명에 누가 발탁되고 특히, 7인의 상무위원에 진입하는 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5년전 18차 당 대회에서 정해진 인물을 보면, 5년 후인 2017년 가을에는 상무위원 7명 중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5명이 중국공산당의 잠규칙(潛規則)인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 이하이면 상무위원 진입, 68세 이상이면 은퇴) 원칙에 의해 물러나고, 정치국원 25명 중에서 5명을 뽑아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필자는 당시 과거의 관행과 전통 등을 고려하여 정치국원 중 젊은 세대인 후춘화(胡春华), 쑨정차이(孫政才), 왕양(汪洋), 리잔수(栗战书), 왕후닝(王沪宁), 자오러지(赵乐际), 한정(韩正) 등이 그 후보자가 될 것이라 보았다. 그런데 금년 초부터 많은 매체들이 시진핑이 칠상팔하원칙을 깨고 69세인 왕치산(王岐山)을 유임시키고, 아직 정치국원도 아닌 천민얼(陈敏尔)을 두 계단이나 뛰어 올려 상무위원으로 진입시켜 5년 후 그의 권력을 잇게 할 것이라는 미확인 설들을 보도하였다. 더욱이 지난여름 유력한 신세대 후보자인 쑨정차이가 부패혐의로 몰락하는 바람에 후춘화와 더불어 천민얼의 상무위원 진입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하였다. 이 둘은 차기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원칙에 전혀 문제가 없는 신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언론의 예상을 깨고 왕치산을 상무위원에 유임시키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리잔수, 왕양, 왕후닝, 자오러지, 한정을 추가하고, 천민얼에게는 중앙위원(200여명)에서 정치국원으로 진입토록 하였다. 시진핑이 천민얼을 능력이 뛰어나고 충성스러워 꼭 챙겨야 할 사람으로 봤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아직 모우미성한 사람으로 여기며 시진핑의 무리한 발탁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차기 후계구도는? 후춘화를 그대로 정치국원에 두고 천민얼을 정치국원에 올림으로써 향후 둘이 능력경쟁과 충성경쟁을 벌이게 하여 20차 당 대회를 기약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이 선출된 상무위원들 중에서 고를지? 가능성은 없지만 혹시 시진핑이 보기에 모두가 모우미성하여 물려줄 만한 사람이 없다며 한 번 더 하겠다고 나설지…, 짙은 안개 속에 감추어진 듯 전혀 가늠이 안 된다.
소진은 전국(동주)시대 낙양에서 태어났다. 제(齊)나라에서 스승 귀곡선생(鬼谷, 전국시대 종횡가)으로부터 배웠다. 이후 방황을 거듭하다가 크게 곤궁하여 귀향하였다. 형제자매와 처첩들로부터 조소를 받았다. “농사를 짓든지 장사를 하여 사람의 도리를 하여야 하거늘, 혀끝의 이론에나 힘을 쓰고 있으니 당연히 곤궁한 것이 아니겠는가?” 소진이 이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기의 장서를 훑어보다가 주역(周易)의 음부(陰符, 병서의 이름)를 찾아내어 열심히 읽었다. 마침내 1년 만에 췌마술(揣摩術, 남의 마을을 헤아려 그 뜻을 마음대로 희롱하거나 놀려 자기 수중에 도입하는 기술)을 터득하였다. 주(周)나라를 찾아갔으나 현왕(顯王)의 측근들이 상대를 해주지 않으므로 서쪽에 있는 진(秦)으로 발길을 돌렸다. 효공(孝公)이 죽고 왕위를 이어 받은 혜왕(惠王)을 만나 말했다. “진은 사방이 험한 요새로 둘러싸인 나라로, 산으로 둘러싸이고 위수(渭水)가 막고 있으며, 동으로는 관(關)과 하(河)가 있고, 서로는 한중, 남으로는 파와 촉, 북으로는 대(代)와 마(馬)가 있어 천부의 땅입니다. 이곳에 거하면 천하를 병합하고 제호(帝號)를 드날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진왕이 이렇게 대답했다. “새라 하더라도 깃털이 자라기 전에는 높이 날 수 없는 것이오(모우미성, 毛羽未成). 내 나라의 문교(文敎)와 정치가 갖추어지기까지는 다른 나라의 병합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오.” 진왕이 무력으로 천하를 합병시키려는 소진의 계책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진은 변법을 강력히 추진했던 상앙을 죽이고 세객(說客)들을 미워하고 있던 때인지라 소진을 등용하지 않았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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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샘터 2017-12-01 22:11:05
일년만에 췌마술을 터득 할 수 있다면 음부를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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