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18)/ 널 잃어버리지 않을거야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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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18)/ 널 잃어버리지 않을거야 (2-1)
  • 김재석 문협회원
  • 승인 2017.11.09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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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18화

바닥에는 마른 나뭇잎이 깔렸다. 잎을 부스럭거리며 두 시추 강아지가 훌쩍였다. 한참을 훌쩍이던 깜찍이와 깔끔이는 서로 포개져서 잠이 들었다. 스카이는 두 강아지가 잠들 때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지켜봤다.
현재 상황 : 시추 강아지들이 훌쩍거리다 잠듦
대응 방안 : 눈물……눈물???
대응 불가능 : 왜 눈물을 흘리지?
스카이는 눈앞에 글자를 새겼다. 처음으로 단순한 물음표가 아닌 왜? 라며 의문을 던졌다. 대응 불가능한 이 상황에 의문이 생겼다. 두 강아지가 잠들어 있는 사이, 깊은 어둠에 묻힌 보금자리에서 스카이는 붉은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비디오 화면들을 차례차례 끄집어냈다.
공 박사가 장난감 하기에는 아깝고, 넌 뭐에 쓰지?,하며 첫 물음을 던졌던 장면부터 맹자와 순자와의 첫 만남. 시추 강아지가 얼굴에 오줌을 쌌던 장면, 달마티안 슈퍼번개와 펼친 재활용센터 추격전, 엄마 시추가 쓰러져 유기견보호소 차에 실려 가던 모습까지 물밀듯이 흘러갔다. 스카이는 뒤죽박죽 영상을 섞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 부분만 따로 떼어보기도 했다. 엄마를 잃은 시추 강아지들이 훌쩍거리는 모습에서 비디오 화면이 멈추었다.
 눈물…… 눈물???
 스카이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늘 현재 상황을 읽고 대응 방법을 찾도록 짜져 있다. 그런데 대응 방안에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아니 의문 부호마저 늘어갔다.
 스카이의 붉은 눈빛도 점점 빛을 잃어갔다. 배터리 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카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멈추고 절전모드에 들어갔다. 눈에서 빨간 불이 스르륵 꺼졌다.
땅굴 입구로 토실토실한 햇살들이 슬금슬금 기어들어왔다. 스카이는 눈에 빨간 불을 켰다. 햇살을 먹으려는 듯 땅굴을 기어 나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한 번 우러러보고는 두리번두리번했다.
현재 상황 : 주인으로부터 명령 없음.
대응 방법 : 집으로…집… 위치파악…위치확인장치(GPS) 작동   
 스카이 눈앞에 좌표가 그려진 지도가 펼쳐졌다. 현 위치가 표시된 점에서 공 박사네 집까지 굵은 선이 연결되었다. 곧바로 3D 지도로 바뀌었다. 내비게이션처럼 주위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건물 이름이 표시됐다. 스카이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2차선 도로 가로 나왔다. 차들이 한두 대씩 쌩쌩 거리며 지나갔다. 지나가는 차들은 당연히 내비게이션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스카이는 그냥 차도를 뚜벅뚜벅 걸어갔다. 차 한 대가 맞은편에서 달려왔다. 자칫 밟고 지나칠 순간이었다. “스카이, 멈춰!” 스카이는 움찔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현재 상황 : 주인으로부터 명령 받음.
대응 방법 : 멈춤… 기다림.
주인으로부터의 명령을 받은 그 짧은 순간, 승용차가 스카이 코앞을 스쳐 갔다.  “빵, 빵”
승용차가 지나가며 뒤늦게 경고음을 울렸다. 맹자가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차도로 뛰어들었다. 스카이를 집어 꼭 껴안았다. 도로 밖으로 뛰어나왔다. “휴! 조금만 늦었어도…….”
맹자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 눈물을 글썽거렸다. 순자가 오늘 아침에서야 스카이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재활용센터에 갔다고 하면 엄마한테 혼날까 봐 말도 못하고 밤새 끙끙거렸다는 것이다. 결국, 스카이만 혼자 버려둔 꼴이 되었다. 갤럭시 노트도 엄마에게 빼앗겨서 스카이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맹자의 눈물 한 방울이 스카이 얼굴에 떨어졌다. “집으로 찾아오는 길이었어? 대단한데 스카이. 집에 가면 순자에게 잘못했다고 단단히 빌라고 할 게. 널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맹자는 스카이 입에 마구 뽀뽀를 해댔다. 스카이의 뭉텅한 입술은 그저 금속일 뿐인데 왠지 물기에 젖은 뽀송뽀송한 입술처럼 느껴졌다. 스카이는 온몸이 붉게 변했다.      
 <2주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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