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 앞세운 ‘표’에 휩쓸린 안쓰러운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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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 앞세운 ‘표’에 휩쓸린 안쓰러운 정치인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7.11.1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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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여러 행사장을 다니다보면 ‘정치인은 참 부지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든 원치 않든 ‘표’를 위해 온갖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선거가 다가오는 요즘은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스스로가 원한 일이지만 힘들고 귀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도 얼굴을 보여야 한다거나, 더 나아가 다른 일정 등과 겹쳐 그 곳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표’를 앞세운 강요 아닌 강요(?)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단체나 모임에서는 군수나 의원 등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행사 일정 등이 잡히면 군수나 의원에게 참석을 요청하고 직접 찾아가 사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부탁을 받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일정이 비어있으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면 죄인이 된 듯 거듭 죄송함을 표현한다. 그 모습이 간혹 안쓰럽게 보인다.
군 의회의 정례회가 시작됐다. 하반기 정례회에서는 한 해 동안의 군 행정 전반을 살펴보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라는 굵직한 일정이 잡혀있다.
고질적인 문제지만 이번 정례회에서도 의원들이 모두 살펴보고 심사를 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관련 자료가 늦게 전달됐다. 의원들은 “모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중요하고 자료 검토 시간도 부족한 시기에 군내 한 단체가 의원들에게 몇 시간도 아닌 수일이 걸리는 행사에 의원들의 동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를 이유로 거절했으나 단체의 요구에 한 의원이 동행하기로 하고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의원들이 제대로 지적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할 수 있을지’ 반복되는 의구심에 한 공무원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지적하거나 예산을 삭감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는다.
황숙주 군수는 보조사업과 관련해 “있는 사람은 자기가 투자하고, 없는 사람들이 보조를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었고, 그래서 인지 일부 보조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어 그들로부터 어쩌면 부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소위 “좋은 게 좋다”, “이유, 사정 막론하고 후해야 인심 생긴다”는 ‘끼리끼리’ 논리가 먹힌 것인지, 보조사업성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지난 2차 추경은 사상최대라는 316억여원에 달했다. 누군가 “이제 예초기까지 보조해준다”며 “나중에는 먹고 싸기만 하면 되겠다”고 조소하기도 한다.
유권자가 ‘표’라는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고, 일부 모임이나 단체가 이를 사익을 위해 이용하려 들면 의원으로서, 군수로서 꼭 해야 하고 더 중요한 일에는 소홀하고, ‘표’을 의식한 주민 또는 단체의 비위만 맞추는 선심행정을 하는 상황을 만든다.
정치인의 바르지 못한 행보는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내 이득, 단체의 이익만 따져 행해져서는 안 된다.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심사 등에서 의원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의원, 일부 단체나 개인의 이득을 위한 보조사업에 과감히 메스(칼)를 대는 의원을 응원한다. 그런 사업은 아예 예산에 세우지 않는 군수는 더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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