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지십/ 하나를 들으면 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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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지십/ 하나를 들으면 열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11.16 13: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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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문 聞, 한 일 一, 알 지 知, 열 십 十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65

이 성어는 한 가지를 듣고 열 가지를 미루어 안다는 뜻으로, 지극히 총명함을 이르는 말이다.
‘800만 중국 유커 방한, 2016년 방한 외국인 1700만 명 중 중국인이 절반’, 한 언론 매체의 표지제목이다. 1999년 당시 방한 중국인이 40만 명도 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니 매우 큰 격세지감을 가지면서 두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90년대 중후반, ㄱ대사에게 업무보고를 한 후 말미에 필자가 한 마디 하였다. “중국 농산물 수입이 늘고 방중 한국인이 갈수록 늘어나니 농산물 무역뿐 아니라 관광의 역차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후 대사의 지시가 내려왔다. ‘전 주재관 전체 회의 개최. 제목 : 방한 중국인 배가를 위한 아이디어 발표’ 우리는 각자 업무영역 내에서 방안 마련에 골몰하여 회의에 참석하였다.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특별한 방안은 없었다. 3일 후 주중 공기업ㆍ사기업 주재원까지 포함한 확대회의가 열렸다. 회의 말미에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중국 주석을 제주도로 보내면 됩니다.” 모두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터졌다. 한국관광공사 중국지사장 ㅅ이었다. 목표는 바로 정해졌고, 그해 가을 중국의 모든 티브이에 제주도 경관을 보며 감탄하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돌아다니는 중국 주석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중국 황제의 제주도 관광’을 보면서 나도 꼭 제주도를 가야지 하는 열망이 일었고 마침내 그것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씨가 되어 이뤄진 제주도 비자 면제에 힘입어 2016년 제주도에만 300만 명이 넘는 유커(遊客)가 몰려왔다.
‘방중 한국인 증가’를 역발상하여 ‘방한 중국인 증가’라는 전략을 마련하고, 이에 맞추어 ‘중국주석의 제주도 방문’ 아이디어를 낸 이 두 분의 ‘하나를 통해서 열 개를 내다 본 선견지명’에 지금도 감탄과 존경을 표한다.
공자가 자공(子貢)에게 물었다. “너와 회(回, 안연)는 어느 쪽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제가 어찌 감히 회를 넘볼 수 있겠습니까. 회는 하나를 듣고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그만 못하다. 나와 너 다 그만 못하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 중에서 변설에 뛰어나 공자의 외교업무를 맡았고, 재산을 모으는 재주가 남달라 공자가 주유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뒷받침한 사람이었다.
춘추시대 말기, 제(齊)나라 대부 전상(田常)이 난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국내 거족(巨族)인 고(高)씨, 국(國)씨, 포(鮑)씨, 안(晏)씨의 세력이 두려웠다. 그래서 계획을 바꾸어 제나라의 왕 간공(簡公)을 부추겨 그들의 병력을 출동시켜 노(魯)나라를 정벌하도록 했다. 간공이 거족들의 군사를 합쳐 노나라로 출병시켰다.
노나라 출신인 공자는 그의 고국(故國)이 난을 당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여러 제자들이 자원했지만 그중 자공을 뽑아 제나라에 보냈다. 자공은 대부 전상을 설득하여 노나라에 대한 진군을 멈추게 하고, 오가 노를 도와 제를 치게 하고, 월이 오를 치게 하여 오를 멸하였다. 즉 위기에 처한 노나라를 구하고 제나라를 뒤흔들고 뒤이어 오(吳)나라를 패하게 하고, 진(晉)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월(越)나라를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이처럼 10년 동안 5개 나라를 다니면서 유세하여 그들의 정세와 판도를 크게 뒤바꾸어 놓았다.
공자는 이런 자공을 “변설에 뛰어난 자공이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돈벌이에만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항상 정확했다.” 평가했다.
높은 사람의 지시를 깨알같이 적어 아무 생각도 없이 그대로 시행해 버린 몰지각한 사람들, 그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기만 하다. 잘못된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아무 검토도 하지 않으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그저 손을 비비며 굽실거렸던 그들의 손목에 끼워진 것은 수갑이었다. 지시를 내린 자도 그 지시가 부당한지 여부도 모르는 몰상식에다 이를 수하들이 무조건 수용하고 무모하게 실행해버려 벌어진 이 국정농단으로 인해 나라를 망치고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킨 것이다. 이들이 하나를 듣고 열까지 아는 능력까지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 상황과 미래를 내다보는 판단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해 결국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낳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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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초 2023-11-28 11:34:49
어쩔티비 잘보았습니다

행복샘터 2017-12-01 22:03:22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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