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개 마을 모두 ‘할머니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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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개 마을 모두 ‘할머니학당’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7.11.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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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유등면 유촌마을 ‘버들학당’ 할머니 학생 15분이 졸업장을 받았다. 또 15일에는 동계면 서호마을 ‘구송정학당’ 할머니 학생 16분이 졸업장을 받았다. 모두 서른 한분 할머님들이 참 의미 크고 자랑해도 부끄럽지 않은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할머님들은 몇 십년 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 받는 교육에 감동하고 또 감동한 모습이다.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기뻐서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했다. 처음 받아 가슴에 단 이름표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공책이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보물이다.
뜨거운 햇볕, 차가운 바람도 상관없이 매일 매일 밭일 논일로 고된 몸을 꼬부랑 허리로 지탱하며 한 걸음 두 걸음 걸어와서 책상에 책과 공책을 펼쳐놓고 선생님을 기다렸다. 굽은 손마디에 연필을 꼭 쥐고 힘줘 쓴 글씨가 투박해도 멈춤 없이 써 내렸다.
전주 한옥마을로 가을소풍 간 날, 소풍가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즐거운데 다 같이 교복을 맞춰 입었다. 교복 입은 14살 앳된 소녀가 된 할머님들은 그 옛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웃음 질라 눈물 훔칠라 소매 깃이 바쁘다. 할머님들을 지나치는 사람마다 ‘엄지척’ 모두 멋지다고 엄지손가락을 바로 세워 올려 준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가슴이 울렁울렁하다. 유금순(84ㆍ유촌마을) 할머니는 그날의 심정을 ‘웃음이 절로 나오등만’이란 글로 담아냈다. “나이가 이렇게 묵었는데 중학교 교복을 다 입어보고, 참말로 좋을 수가 없어. 세상이 좋아져서 요런 귀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 쌌고. 한옥마을 돌아 다니는디 모다 쳐다봉게 웃음이 절로 나와 불드만. 출세했지”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여행일 것이다.
이향자(71ㆍ유천마을) 할머니는 ‘반가운’이라는 글에 이렇게 썼다. “올해는 유달리 비가 안 왔다. 봄에 고추심고 비가 안 와서 경운기로 물을 주고 애로가 많은 봄이였거늘 벌써 가을이 왔다. 올 가을은 태풍도 안 오고 비가 곱게 왔다. 풍년이다. 곡식은 풍년이거늘 내 마음은 흉년이다. 선생님들과 앞으로 함께 있을 날이 쬐금 남아 내 마음은 흉년이다. 내년에도 함께하는 바람입니다. 사랑합니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고백했다. 졸업장을 받은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린다.
유등 유촌마을 버들학당 교육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순창문화원이 주관했다. 동계 서호마을 구송정학당 교육은 전북 생생마을만들기 기초사업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관했다. 버들학당은 1500만원, 구송정학당은 1000만원이 지원되었고 각각 교사 3명이 수고했다.
순창군에는 총 308개 행정마을이 있다. 올해 할머님 교육을 한 마을은 두 곳이다. 어쩌면 생애 한 번일 교육이 마을마다 이뤄지기를 바래본다. 308개 마을을 다 하기에는 예산도, 인력에도 어려움이 있겠다. 어렵지만 주민에게 필요하고 주민들이 절실히 원한다면 고려해야 한다.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와 군이 머리를 맞대고, 읍ㆍ면 사무소와 자치위원회, 문화원ㆍ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 사회단체 등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면 충분할 것 같다. 예산과 함께 인력도 필요하다. 재주와 재능이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있겠다.
난생 처음 그리고 수십년만에 졸업장을 받는 할머니ㆍ할아버지가 많아져서 ‘장수순창’뿐 아니라 ‘복지순창’, ‘치유순창’이란 애칭이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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