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숙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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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와 숙의민주주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11.2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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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 공론화를 통해 갈등 해결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한탄강댐, 사패산터널, 박근혜 정부 때 고준위 방폐장 설치 등에서 시도했었다. 당시 모두 찬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공론화 숙의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현안을 인식하게 된 것이 시민참여단의 결정 못지않게 중요한 결과다.

전남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완성과 ‘아시아 생태문화 중심도시’ 실현을 위해 2018년 정책결정방향을 시민과 함께 만드는 ‘순천형 공감정책’에 두고, 시민ㆍ전문가ㆍ공무원의 토론과 합의에 의한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들어서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니 환영할 일이다. 시민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고, 채택되면 바로 실행될 터이니 주민자치의 표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주의는 현존하는 가장 신뢰받는 정치제도이다. 직접민주주의는 민의에 따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사회 확장 등으로 인해 시민의 직접 참여가 불가능해져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표에게 권력을 위임하여 통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에서는 민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항존하며, 다수 의견에 의해 선출됐으나 다수의 민의를 배반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구성원 모두가 공적 사안들에 대해 자유롭고 능동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정치체제다. 현실적 한계 때문에 대의민주주의 형태와 다수결 의사결정방식을 채택했지만, 국민의 대리자인 정치인들이 공공의 이익보다 편협한 사익 추구에 혈안이고, 옳지 못한 다수의견으로 결정되는 사례 등에 대한 비판과 갈등이 계속돼왔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현실에 대한 대안적 방안으로 숙의민주주의가 등장하였다.

숙의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수결이나 투표가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함께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행동이라고 본다. 모든 정치적결정은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안마다 내용이 복잡해 쉽사리 옳고 그름을 따지기 힘들고, 이해집단 간 대립 및 공권력의 횡포가 심하고, 정부의 주요정책 결정 과정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해결책이 되었다.

숙의민주주의는 단순한 찬ㆍ반 양론을 벗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감춰진 갈등을 드러내고 침묵했던 목소리가 터져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무엇이 서로 다른지, 무엇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깊이 토론해 합의의 단서를 찾자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려는 의지이며 대화에 대한 가치 부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결과라도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사전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숙의민주주의는 본질상 지역사회와 지방자치에서 더 크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지방정부 숙의 민주주의다. 자치단체장이 공사ㆍ인사ㆍ이권 청탁 등 비리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시민에게 묻겠다, 자신의 권력을 시민에게 나누겠다고 약속하는 것, 자체가 숙의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진정 시민을 위한 정치인이라면 숙의 민주주의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필요가 전혀 없다. 숙의 민주주의는 대화와 공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향하지만, 최종 결정은 다시 권력자 몫이니 원칙을 지키면 화(禍)도 해(害)도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권력자들이 국민의 혈세를 훔쳐가는 짓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지방 정부부터 숙의 민주주의로 바뀌면 나라 전체에 민주주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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