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나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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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나무 겨울나기
  • 류기혁 전 교육원장
  • 승인 2017.11.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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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류기혁 전) 전북공무원교육원 원장/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

살을 에는 엄동설한에 풀들은 죄다 풀빛을 잃었고 나무도 잎을 떨어뜨려 겨울을 보내고 있다. 초본들 일부는 씨앗으로 또 일부는 따스한 땅기운에 의지하여 생명을 부지하고 목본들은 끈질기게 추위를 버티고 있다. 모질고 질긴 생명을 버티고 있다.
풀색을 그대로 지니고 사는 겨울 보리와 배추가 있고, 소나무는 눈과 함께 겨울을 즐기듯 푸르다.
생물들에 끼치는 환경 요인 중에는 물과 온도가 제일 민감하여 둘 다 제한요인으로 작용한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면 기온은 물론이고 땅도 차가워져 뿌리는 물 흡수를 못하게 되니 잎은 말라서 떨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렇게 몇 달을 지내야 한다.
한겨울에는 소나무 잎이 꽁꽁 얼어 빳빳이 굳는다. 섭씨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 바람까지 흔들어 댄다. 소나무를 만들고 있는 세포들에도 물이 들어있으니 얼지 않을 수 없다. 용케도 세포막 안에는 결빙이 생기지 않고 세포 사이 틈새만 결빙이 된다. 결빙이 되면 얼음 알갱이가 커지면서 세포 속의 물을 빨아내고 세포 자체는 탈수상태가 되어 얼음이 얼지 않고 대사기능만 최하상태로 되어 죽지 않고 견딘다. 그러나 저온에 천천히 적응할 기회도 없이 벼락 추위가 엄습하면 별 수 없이 나무줄기가 쩍쩍 갈라지는 나무 터지는 소리가 나게 된다.
섭씨 영하 15도이던 날씨가 하루아침에 한여름 기온인 영상 30도로 바뀐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방글라데시에서 영상 5도의 한파(?)가 몰아닥쳐 100여명이 얼어 죽었다는 기사가 시사한 바가 크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바뀌는 변화에는 적응하게 되지만, 갑작스런 변화에는 순응하기 어렵다.
개혁을 이야기 할 때 개구리의 예를 든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뛰어나온다.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불을 때면 온도에 적응해가면서 결국 삶아져 죽는다. 세상의 변화가 느리게 진행되면 기업은 현실에 안주하여 느끼지 못하고 결국 도태된다.
식물이 저온에 순응한다는 의미는 사실 식물이 얼게 되면 세포의 부피가 커지고 그래서 세포벽이 터져서 죽는 것으로 알기 쉬우나, 세포 틈에만 얼음이 생기고 안에는 결빙되지 않아 큰 상해를 입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것만으로 순응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설명이 된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상록수의 세포 속에는 아미노산 무리인 프로라인이나 베타인은 물론이고 수크로즈같은 탄수화물이 증가하여 얼음 핵이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한강이 옛날에 비하여 덜 언다고 하며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추웠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집, 옷, 먹을거리가 안 좋아 더 추위를 느꼈으리라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한강물이 더 오염되어 얼지 않는 면이 있다. 더러운 물이 깨끗한 물에 비해 잘 얼지 않는다. 더럽다는 것은 물 아닌 다른 유기물이 들어있다는 것이고 식물세포에도 많은 용질이 들어있는 것과 같다.
캐나다는 국가식물이 단풍나무인데 이 단풍나무는 수액이 당분을 가지고 있어 당분을 추출해 시럽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 봄 고로쇠나무(단풍나무과)에서 수액을 추출하는데 일종의 시럽 물과 유사하다. 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식물들이 겨울을 지내기 위한 항결빙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자신만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휴면중인 바짝 마른 씨앗은 영하 196도 에서도 견딘다고 하니 얼어 죽는 데는 물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을철에 대부분의 식물은 영양분과 수분을 뿌리에 저장함으로써 다음해 봄을 대비하면서 월동준비를 하는 것이다. 가을철 단풍으로 물드는 것은 뿌리에 물을 저장하고 잎에 물 공급을 중단하여 메마른데다 봄여름 탄소동화작용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던 엽록소가 추위에 파괴되어 녹색을 잃어감으로써 단풍이 든다.
필자의 집 마당 아래쪽 은행나무가 여름에는 틈새가 안보일 정도로 진한 녹색을 띠더니 노란색 잎마저 떨어뜨리고 줄기, 가지가 앙상하게 보이는 초라한 모습으로 즐비하게 떨어져 있는 잎을 바라보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벌써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의 겨울나기는 다음 편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참조 : 권오길 교수의 생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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