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7 초겨울 여의도 풍경
상태바
[기고] 2017 초겨울 여의도 풍경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7.11.30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진 풍산두지마을 이장

올해도 어김없이 농민대회는 열렸고, 학생 등교하듯 서울나들이를 나섰다. 차량은 한강을 건너 서울시청, 광화문, 종로, 대학로를 향하지 않고 한강 남단에 위치한 여의도로 들어섰다.
아침 순창 공기가 매섭더니만 서울은 칼바람이 불어댄다. 저 앞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여의도 광장에 집회 장소를 잡은 이유는 개헌논의를 담당할 국회를 향해 농민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예전엔 차고 넘치는 농민 데모 행렬을 서울 도심에서 감당키 어려워 여의도를 집회장소로 줄곧 사용했던 때도 있었다.
기억컨대 여의도에서 거의 마지막 즈음 전국농민대회를 열 때였다. 2005년 겨울은 ‘아스팔트 농사’ 짓는 농민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계절이다. 오랜만이기도 한 탓일까. 내 두 눈동자는 이곳저곳을 더듬다가 강렬한 시신경의 반응에 잠시 멈칫했다.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이 경찰폭력에 쓰러져간 자리와 무자비한 폭력에 혼비백산하며 뒤엉켜 달아나던 우리들의 모습들이 10여 년 전 그 때의 영상을 통해 내 앞에 나타났다. 옆 마을 한 선배도 이 곳 현장에서 잡혀가 석 달을 징역살고 나와 그 후유증과 함께 결국 몇 년을 못 넘기고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아려온다.
여의도 농민집회의 또 다른 갈래의 기억은 대통령선거다. 대통령 후보들의 농업공약을 들어보기 위해 여느 농민대회보다 유달리 많은 수의 농민들이 집결하였다. 2002년에는 순창에서만 버스 마흔 넉 대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근래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농민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민 삼십만 명이 운집한 여의도 금성무대 농민집회에 와 계란세례를 받는 등 곤혹도 치렀다. 농민들에게 여의도는 “한국농업 사수!”라는 깃발 아래 역대 정권과 맞서 싸운 전선이었다. 시대를 각성한 농민들이 시골 논밭을 떠나 전장터로 나오는 환희와 분노가 교차하는 ‘말목장터’였다.
지난 정부를 돌아본다.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직까지 걸었던 쌀을 관세화 유예를 통해 결국은 의무 수입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농가부채와 농안법 개정에 소극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없애고 쌀값결정을 시장에 내맡겼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쌀 지원을 끊고, 물가안정을 빌미로 아예 작정하고 쌀값폭락을 부채질했다. 박근혜 정부는 쌀값 21만원 공약은 커녕 30년 전 가격으로 되돌려놓는 기행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관세화를 통한 쌀 개방을 전면화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어떤 명제를 달아야 할까!
이전 정부는 적어도 농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역행했을지언정, 농업과 농민의 삶에 직결된 정책을 정권 초기부터 내놓았다. 그만큼 농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은 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청와대, 농림부, 여당 할 것 없이 농업에 대한 말을 삼가는 눈치다. 아니 눈치조차도 없는 듯하다. 적폐청산을 정권의 중심기조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조차 농협중앙회 적폐 등 산적한 농업 현안에 속 시원한 개혁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 않다. 농민들은 이 정부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이던가.
집회 후 가두행진을 하며 국회를 향했다. 여의도 금융가 빌딩숲 대로변에는 만추와 초동을 가로지르는 스산한 찬바람이 나뒹군다. 지난여름 그 뜨거움을 놓아버린 플라타너스 낙엽이 찬바람에 떠밀려가는 것을 보니, 두고 온 논바닥 밑동이 그리워졌다. 나와 함께 여름을 보냈던 그루터기의 이력과 함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