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력’ 키워야 지역사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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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력’ 키워야 지역사회 바꾼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12.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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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과 한겨레신문이 지난 2016년 공동 기획한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에 연재한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의 <‘사회력’ 기반으로 ‘연성정치’가 이뤄지는 나라> 기고문을 요약 소개한다.
2016년초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들의 35%는 경쟁사회, 18.4%는 양극화사회라고 답 했고, 평등사회, 공정사회라고 답한 사람은 1%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극도의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 불안한 상태에 있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전쟁 전후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와 공포,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진 승자독식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비민주적 억압과 폭력은 지역 사회조직, 지방분권, 지방정치의 싹을 잘랐다. 중앙 정치권과 관료집단의 권위에 일방적으로 복종하되, 가족 단위의 생존과 출세만을 추구하도록 유도되었다.
한국사회는 어떤 과정을 거쳤든 강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최대한의 특권이 보장되었다. 탈락하거나 배제된 사람들은 무한대의 생존 경쟁에 노출되었다. 권력과 법에 대한 불신, 불공정한 경쟁은 사회적 연대를 해체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과 지위 상승의 길을 가도록 유도하였다. 정치는 사회적 요구를 집합적으로 대표할 수 없었고, 시민사회의 발전은 더뎠고, 법과 언론은 편파적이어서 약자가 의탁할 수 있는 사회적 방어막이 없었다. 사회적 약자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고, 약자 간의 연대가 해체됨으로써 지역사회와 일터에서 개인은 완전히 원자화되었다.
지역사회는 관변 조직과 힘 있는 건설업자, 자영자들이 움직였다. 일제 식민지 지배, 군사독재, 신자유주의 질서는 형식적으로는 상이하지만 국민을 순응과 경쟁으로 몰아넣었다. 사회의 자생력을 말살하고 노동자나 서민대중의 조직화를 차단하고, 개인을 가족단위로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과도한 교육열로 표현된 능력주의와 순응주의가 사회 구성원 간의 수평적인 연대를 차단한 점도 동일하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 혹은 정치에 대비되는 ‘사회력’ 혹은 ‘사회적 자생력’의 육성이 매우 시급하다. 사회적 연대가 경쟁을 보완(대신)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사회력’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문제를 ‘정치’에 덜 의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 보통사람들이 연대를 통해 강자에게 맞설 수 있는 힘, 자신의 대표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사회력은 사회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자율성, 책임성, 공공성, 혁신능력, 학습능력, 도덕적 역량, 공감능력을 말한다. 시민사회에서 사회력은 갈등해결 능력이다. 정치사회에서 사회력은 투표 참가의 열의, 국회의 사회적 대표성, 관료조직과 정치가들의 사회적 호응성 등을 통해 드러난다.
약자들이 사회력을 갖게 되면 조정과 합의, 시민사회의 자생력과 자기 치유력에 의해 많은 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자기치유, 산업안전, 공공체육, 갈등조정 기구가 작동을 하면 국가나 기업이 지불해야 할 각종 갈등치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19세기 말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국가의 억압과 대기업 몰아주기 방식으로 근대의 길을 걸어왔다. 21세기에는 ‘비뚤어진 근대’의 과정을 청산하고, 사회세력을 주체로 만들어 이익집단이나 주민들 스스로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변조직 주변에서 부를 챙긴 자들을 과감하게 청산하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사회적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관변 조직과 힘 있는 건설업자, 사이비 지식인과 언론 종사자 등에 의해 농단되고 경제ㆍ교육ㆍ문화적 결실까지 상속되는 곳에서 사회적 혁신이나 활력, 기술의 발전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질서나 효율보다는 ‘생명을 부여하는 정치’, 백성을 ‘새롭게 하는’ 정치가 작동하는 곳이어야 한다. 인민이 지역에서 실질적인 주권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불평등의 극복, 시민연대조직의 활성화, 영세 자영업자의 조직화, 비례대표 강화 등 지역사회 대표성 제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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