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지신/ 한 번 믿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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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지신/ 한 번 믿어 보라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12.1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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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길 사 徙 나무 목 木 갈 지 之 믿을 신 信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67

《사기》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오는 성어이다.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지 않거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말이다.
2015년 가을, 제주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행업계 사장단과 함께 중국 광저우(廣州)에 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중 측이 마련한 만찬장이 옛적과 달리 상당히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어 통역에게 어찌된 거냐고 물었다. “모두가 시다다(習大大 시씨 아저씨, 시진핑의 애칭) 때문이지요. 시 주석이 반부패를 강조한 이후 이리 된 겁니다.” “아! 그 ‘당중앙 8조 규정’ 즉, 2012년 가을 당 18기 회의에서 나온 것을 말하는 것이군요. 우리의 ‘김영란법’과 비슷하던데요.” “네. 그 후 어느 날, 시 주석이 베이징의 한 대중식당에서 줄을 서서 중국 돈 30-40원(한국 돈 6-7천원)도 안 되는 만두를 사 먹은 것이 티브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고위급 어느 누구도 감히 공개적으로 비싼 호텔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4년 3월초 양회(전인대와 정협)에서 ‘우리는 ‘당중앙 8조규정’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해서 진나라 상앙(商鞅)처럼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역설해서 반부패 운동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상군(상앙 商鞅)은 원래 중국 전국시대 후반 위왕(衛王)의 여러 첩들이 낳은 공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은 앙(鞅)이고 성은 공손(公孫)씨였다. 재상 공숙좌(公淑痤)를 섬겨 그의 중서자(中庶子)가 되었다. 공숙좌가 병들었을 때 혜왕(惠王)이 문병하여 ‘앞으로 누구에게 사직을 맡기는 게 좋을지’를 물었다. “국정 모두를 앙에게 물으십시오. 혹시 앙을 쓰기 꺼리신다면 죽이실 일이지 밖으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혜왕은 공숙좌의 말을 흘러 듣고 상앙을 중용하지도, 죽이지도 않아 나중에 크게 후회하였다.
혜왕이 등용하지 않으므로 상앙은 진(秦)의 효공(孝公)이 현자를 구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정치사상과 법가를 실현할 나라로 진나라를 선택했다. 상앙은 진의 총신인 경감(景監)을 통해 료공을 알현하고, 세 번의 면담을 통해 마침내 중하게 등용되었다.
상앙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엄격한 신법령(변법:變法)을 만들었는데 백성이 믿지 않을 것이 두려워 공포하지 않고 있다가, 높이 세 발이 되는 나무를 성의 남문 앞에 세우고 표면에 이렇게 써 놓았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을 준다.” 그러나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던지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썼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50금을 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이 나무를 옮겼다. 상앙은 그에게 바로 50금을 주었다. 나무를 옮기는 것 같은 하찮은 작은 일로 신뢰를 쌓은 것이다.
이렇게 ‘백성을 속이지 않고 약속은 꼭 지킨다’는 믿음을 갖게 한 다음에 신법령을 공포했다. 그러나 이 법령이 시행되자 1년 사이에 도성에 와서 신법령의 불편함을 호소한 백성이 천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다. 그런 가운데 태자가 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했다. 상앙은 법에 따라 태자를 벌하려 했으나 태자가 임금을 이어받을 사람인 까닭에, 태자의 태부인 공자 건(虔)과 그의 스승을 처벌했다. 그 이튿날부터 진나라 사람들이 모두 법을 따랐다.
법을 시행한 후 십년이 지나니 백성들이 기뻐하며 따랐다. 길 위에 떨어진 유실물을 주어가지려는 자가 없고(도불습유, 道不拾遺), 산속에서도 도둑이 없었으며, 집집마다 생활이 넉넉했고, 사람마다 만족했다. 이전에 불만을 호소한 자들이 이제는 법령이 편리하다고 상소하는 자도 있었다. 상앙은 이러한 자들까지도 내쳐 변방으로 내쫓았다. 그 뒤로는 어느 누구도 감히 법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일이 없어졌다. 상앙은 이처럼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진 효공과 더불어 강력한 부국강병책을 써 훗날 시황제가 천하통일을 하는데 있어서 큰 기틀을 만들게 되었다.
믿을 신(信)! 참 중요한 것이다. 어느 정권이든 모두가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로 출범하였지만 초기의 지지와는 달리 말기에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사람들은 지금의 문 정부도 그리 될까 걱정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인데 낙마가 잇달아 발생하고, 협치를 말하고는 있으나 반대를 포용하지 못하는 모습도 가끔 보인다. 아쉬운 대목이다. 점차 국민들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말한다. ‘국민들은 한 번 틀어지면 되돌리기가 참 어렵더라.’ 한번 깨지기 시작한 신뢰는 다시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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