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수 섬마을 초등학교 ‘수상한 학폭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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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수 섬마을 초등학교 ‘수상한 학폭 처리’
  • 배명재 기자
  • 승인 2017.12.1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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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7년 12월 6일치

폭력행위 축소 종용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붙여
7개월 만에 뒤늦게 학폭위, 부모 회유ㆍ사건 축소 급급

섬마을 학교인 전남 여수 한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쌍둥이 형제(11)는 지난 1일부터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10일간 정신신경과 병원에 입원,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도 이틀 걸러 병원에 나가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상담센터에서 심리상담도 받고 있다.
형제는 올해 들어 같은 반 학생이 휘두른 ‘학교폭력’ 피해자다. 지난 4월 전학 온 ㄱ군이 유난히 몸집이 왜소한 쌍둥이 동생을 자주 때리고, 이를 보다 못한 형이 ㄱ군에게 맞서는 과정에서 폭력이 지난 9월 말까지 계속돼 왔다. 
상급생까지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피해 학부모들이 교장에게 이를 수차례 알리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당시 폭력 정도와 횟수 등을 감안하면 학교폭력위원회도 열 만했지만 학교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쌍둥이 동생이 ㄱ군에게 맞아 왼쪽 어깨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됐는데도 “앞으로 지도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 9월 말 또다시 이틀간 ㄱ군의 폭력이 이어지자 학부모들이 ‘학폭위’ 소집을 요구해 지난달 17일, 24일 위원회가 열렸다. 
학교 측은 위원회 개최에 앞서 사실확인서를 받으면서 ㄴ군을 압박하고, 교장은 ㄴ군 어머니를 찾아가 학교 측에 협조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ㄴ군 어머니 이모씨는 “상담교사는 우리 아이가 반발하는데도 뺨 3대 맞은 일을 1대 맞은 것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교장은 학폭위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서 반대했다”고 털어놨다. 
학교 측은 또다시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6일 ㄱ군의 폭력행위에 대해 ‘서면사과’ 조치가 내려진 지 나흘 만인 30일부터 이틀간 쌍둥이 형제와 ㄴ군이 ㄱ군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ㄱ군의 폭력에 맞서 쌍둥이 형이 몸싸움하고, ㄴ군이 뺨을 맞을 때 ㄱ군을 1대 때리며 대항한 행위도 학교폭력으로 해석했다. 
쌍둥이 어머니 김모씨는 “ㄱ군의 상습적인 폭력행위를 막아달라고 할 때는 7개월 만에 학폭위를 열더니,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붙이는 학폭위는 곧바로 열었다”면서 “교장의 권위에 반발한 데 대한 앙갚음으로 의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부모는 “학교장이 내년 전보인사를 앞두고 학교폭력이 불거질 경우 받을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를 숨기려다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은 “학교폭력 관리지침에 따라 대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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