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21)/ 억울하면 무럭무럭 자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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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21)/ 억울하면 무럭무럭 자라던가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12.21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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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21화

그때, 건물 뒷문이 열렸다. 전에 본 홀쭉이 조수가 구급약 상자를 손에 들고 나왔다. 개들이 홀쭉이를 보더니 짖기 시작했다. 개소리가 산기슭을 타고 올라가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메아리쳤다. 맹자는 유기견 보호소가 동네에서 떨어져 산 중턱에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홀쭉이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쇠창살 우리에서 잡종개를 한 마리씩 끄집어냈다. 그리고 몸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주사를 맞은 개들이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졌다. 몇 마리를 잡아 두 바퀴가 달린 작은 수레에 실었다. 주차장에 있는 탑차에 옮겨 싣고는 산길을 비틀비틀 내려갔다. 맹자는 망원경으로 탑차를 따라가다 덜컹 겁이 났다. 복슬이도 저렇게 어디론가 끌려가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울타리 안을 다시 살펴봤지만, 심장이 두근거려서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오늘 밤이라도 당장 구출 작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로 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뒤쪽 울타리와 건물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맹자는 저녁 무렵 집에 도착했다. 순자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온종일 문 앞에서 기다린 사람처럼 맹자를 보자마자 폴짝폴짝 뛰어왔다. 스카이가 가방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스카이, 찾았구나!”
순자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를 질렀다.
“좀 조용히 해, 동네 강아지들 다 짖겠다.”
맹자는 순자의 입을 막았다.
“난 오빠 오기만 기다렸단 말이야.”
퉁퉁 부은 순자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알았어. 뭐, 찾았으니까 더 이야기할 건 없고, 내가 좀 바빠서 다시 나가봐야 하거든.”
맹자는 순자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순자는 2층 방까지 따라왔다.
“어디 가는 거야. 시추 강아지들한테 가는 거야?”
순자는 따라다니며 시시콜콜 물었다.
“남이야 어딜 가든 말든. 뭔 참견이야!”
 맹자는 순자가 따라나서겠다고 할까 봐 미리 윽박질렀다.
“그럼 스카이 주고 가. 난 스카이하고 놀 거야.”
퉁퉁 부은 눈으로 손을 내미는 순자에게 더는 끼어들지 말라고 하기가 그랬다. 맹자는 할 수 없이 사실을 틀어놓았다. 낮에 엄마 시추가 잡혀간 유기견보호소에 간 일과 떠돌이 개 몇 마리를 주삿바늘로 찔러서 죽이는 장면을 봤다고 말해주었다. 맹자는 유기견보호소에 대해 인터넷에서 뒤져봤었다. 유기견보호소에 잡혀간 떠돌이 개들은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부분 한 달 안에 주사약으로 죽인다고 나와 있었다. 맹자는 오늘 밤에 복슬이를 구하러 갈 거라고 말해주었다.
“오빠, 나도 데려가.”
순자가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 가끔 엄마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맹자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넌 안 돼. 너까지 데려갔다가 엄마한테 들켜봐 이번엔 가만있겠니? 그리고 유기견보호소 아저씨들한테도 들키면 어쩔래? 너처럼 뒤뚱뒤뚱 걷다간 일 망치기 딱이다! 그 대신 넌 여기서 할 일이 있어.”
순자는 오빠의 말에 그만 뽀로통해졌다.
“내가 밤늦게까지 안 돌아오면 엄마 아빠가 걱정할지 몰라. 넌 내가 호동이 집에서 숙제하고 온다고 말해 줘. 만약 들켜도 절대 유기견보호소에 갔다고는 말하지 마!”
맹자가 순자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콕 집었다.
“엄마한테 혼나면 어떻게 해?”
“혼나면 그건 니가 받을 벌이라고 생각해. 결국, 너 때문에 엄마 시추가 잡혀간 거잖아.”
“엄마가 먼저 거짓말한 거야. 딸한테 거짓말하는 엄마가 어디 있어. 왜 내가 혼나야 해?”
순자는 억울하다는 듯 따지고 들었다.
“억울하면 무럭무럭 자라던가. 이 뽈탱아.”
맹자는 순자의 통통한 뺨을 살짝 잡고 흔들었다. 순자는 아프다며 엄살을 피웠다.
<2주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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