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회 가혹해야 실수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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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회 가혹해야 실수 적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12.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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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달랑 한 장, 아니 나흘 남은 달력을 본다. 마무리해야 할 일, 여전히 줄지어 매달린 능력 밖 고민들을 들추다 문득,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신문사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는 과분하고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촛불선거’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많은 기대가 있었고 실제 많은 부분의 변화를 보았다. 하지만 중앙의 변화가 지방까지 속 시원하게 연결되고 있지 않아서 매우 안타깝다. 해가 바뀌면 2018년 6·13 지방선거 국면으로 넘어간다.
지구가 초속 30킬로미터로 달려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 사람은 나이 한 살 더 먹고, 년도를 표시하는 숫자와 달력이 바뀐다. 제도와 정책들이 바뀌고 기대와 희망이 또 다시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밥 먹고 일하고 잠자는 일상과 삶의 수레바퀴는 삐걱대며 여전히 굴러갈 것이다.
인간은 “사유(思惟)하는 영장이라 나이 먹는 성장과 성숙을 인식하고, 생명의 유한성을 탓하며 죽음에 다가서는 불안에 초조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성숙하자고 스스로 동력을 만들고, 거기에 떠밀려 온 것 일까.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지난 세월을 성찰하고 새로운 날을 기대와 소망으로 맞이하는 인간의 지혜”인 것 같다.
한 해를 돌아보면 기쁨과 만족보다는 후회와 아쉬운 일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와 불만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직 뾰쪽한 묘수는 없지만 ‘힘든 여건 속에서 이만큼 성장(?)했으니 참 대견하다. 고생했다’며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시고 지켜봐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드린다.
지난 주말에 서울 광화문을 지나면서 ‘박근혜 석방하라’는 무리와 ‘이명박 구속하라’는 무리의 대립을 보았다. 매일 쏟아지는 정치 뉴스를 보면서 ‘정치는 이념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거나 합리적인 추론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 진실과 거짓은 은폐되고 감정과 열정에 기댄 호소만 난무한다. 가짜 뉴스에 근거한 이야기를 마음껏 퍼뜨려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을 바꾸는 일에 맛 들인 저급한 사리사욕에 매몰된 정치인이 아직 많다. 더 놀라운 것은 가짜 뉴스의 정체(가짜)를 밝혀도 가짜뉴스 때문에 바꾼 선택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모양과 진행은 다르지만 가짜를 진짜로 호도하고, 사실 아닌 허구를 진실인양 퍼뜨리는 세력이 보인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그리고 매우 중요한 지방선거를 앞둔 새해 초입에서 합리적 판단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겠다. 복잡한 세상 문제를 모두 합리적으로 따지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권리를 위임해야 할 사람을 뽑는 일에는 합리적으로 따질 시간을 내고 합리적인 관심과 판단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언론인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여긴다.
하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 간혹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을 받는다. 사실만 쫓다 보니 의외로 각종 여론이 충돌하는 생활 뉴스에는 어두울 때가 많다. 그래서 아는 척 웃음을 짓지만 마음속으로는 초라할 때도 많다. 그 초라함을 면하려고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신문사에서 일하니 뉴스를 다루고 사회를 비평하며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바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이 사명 중의 하나다.
올바른 ‘지역사회’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름 올바른 주장이 지역사회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 개인의 어쭙잖은 자부심과 주장이다. 올 한해 불편부당함은 없었는지, 공평했는지 곱씹어 보며 내년을 기약한다. 유안진 시인의 “송년의 통회(痛悔)가 가혹할수록 새해의 실수는 적어지리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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