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이 할머니는 임실에서 50년전 순창으로 왔다. 젊어서는 과일을 팔았는데 허리를 다쳐서 지금은 가게 문을 닫았다. “옥상에 올라갔는데 거기 물이 괴여서 쭉 미끄러졌어. 뒤로 뻥 떨어졌지. 그때 허리 척추 뼈 8개가 바상바상 깨져버렸어. 그래서 서울 병원에 가서 3년 만에 왔어. 작년 6월에 집에 왔어. 근데 여기 와서도 또 넘어져서 허리뼈 깨진 데가 또 깨져서 작년 가을에 광주 병원에서 수술을 또 했어. 지금도 아파. 그래서 일을 못 해. 오늘 날이 따숩길래 이거 하는 거야”라며 가마솥을 휘 휘 젓는다.
다음날 그 길에서 다시 만난 할머니. 멀리서부터 알아보시고 웃으며 반긴다. 가마솥을 열고 “맛 볼 겨”라며 한 국자 떠주신다. 후~후~ 불어서 뜨거움을 식히고 맛보니 따뜻하고 달콤하고 맛있다. 기분이 좋아져 “할머니 순창 좋아요”라고 물으니 “좋지. 순창 좋지”, “뭐가 좋아요”라고 다시 물으니 “다 좋아. 공기도 맑고. 무엇보다 내가 좋으면 다 좋아. 다 좋아져”라고 말한다. “추운데 조심히 가고 또 놀러와” 할머니 말씀이 난로 불보다 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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