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 빚는 송순이 할머니
상태바
조청 빚는 송순이 할머니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7.12.28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일 순창읍 남계리 시기부락에서 만난 송순이(74)할머니. 추운 겨울 종종걸음을 하고 길을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노랗고 빨간 불이 화덕에서 타오르고 있고 그 위 가마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계시는 할머니. 가마솥이 정겨워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서자 할머니는 환한 웃음을 띠며 맞아준다. “할머니. 뭐 하세요”라고 여쭤보니 “식혜 만들어. 물 넣고 쌀 넣고 찹쌀 넣어서. 밥알이 퍼지면 엿질금 물 붓고, 내일 다시 다려서 조청 만들어. 그걸로 고추장 만드는 겨”라며 구수하게 대답해주신다.
송순이 할머니는 임실에서 50년전 순창으로 왔다. 젊어서는 과일을 팔았는데 허리를 다쳐서 지금은 가게 문을 닫았다. “옥상에 올라갔는데 거기 물이 괴여서 쭉 미끄러졌어. 뒤로 뻥 떨어졌지. 그때 허리 척추 뼈 8개가 바상바상 깨져버렸어. 그래서 서울 병원에 가서 3년 만에 왔어. 작년 6월에 집에 왔어. 근데 여기 와서도 또 넘어져서 허리뼈 깨진 데가 또 깨져서 작년 가을에 광주 병원에서 수술을 또 했어. 지금도 아파. 그래서 일을 못 해. 오늘 날이 따숩길래 이거 하는 거야”라며 가마솥을 휘 휘 젓는다.
다음날 그 길에서 다시 만난 할머니. 멀리서부터 알아보시고 웃으며 반긴다. 가마솥을 열고 “맛 볼 겨”라며 한 국자 떠주신다. 후~후~ 불어서 뜨거움을 식히고 맛보니 따뜻하고 달콤하고 맛있다. 기분이 좋아져 “할머니 순창 좋아요”라고 물으니 “좋지. 순창 좋지”, “뭐가 좋아요”라고 다시 물으니 “다 좋아. 공기도 맑고. 무엇보다 내가 좋으면 다 좋아. 다 좋아져”라고 말한다. “추운데 조심히 가고 또 놀러와” 할머니 말씀이 난로 불보다 더 따뜻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