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22)/ 일이 잘되든 못되든 구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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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22)/ 일이 잘되든 못되든 구출이야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01.0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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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22화

저녁 늦은 시간. 맹자는 낮에 찍은 유기견보호소 사진을 프린트해 책상 위에 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디로 들어갈지 궁리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 지점을 집었다. 가방을 두 개 챙겼다. 앞가슴에는 스카이를 담을 작은 가방을 메고, 등에는 큰 가방을 멨다. 구급약 상자부터 소시지 한 팩, 만능 맥가이버 칼을 넣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스파이더맨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봤다. 스파이더맨은 맹자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다.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쏘아대면서 빌딩과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고, 천정에 달라붙기도 하면 끝내주는데……, 쩝! 혀를 차며 마스크를 벗었다. 오늘 이 마스크는 그저 얼굴 가리개다.
차고에서 몰래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굵은 바퀴를 자랑하는 MTB 자전거.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리는 데는 그만이다. 머리에는 헤드랜턴이 달린 안전모를 썼다. 손가락이 드러나 보이는 반장갑을 꼈다. 잠바의 지퍼를 올렸다. 정의의 용사 출발!맹자는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웰빙 체육공원을 돌아서 재활용센터 앞을 지나쳤다. 그곳을 지나다 문득 시추 강아지들이 생각났다. 깜찍이와 깔끔이가 아직도 복슬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같이 데려가서 엄마 시추를 구하고 함께 놓아주면 어떨까 싶었다. 쟤들은 복슬이 냄새를 맡고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맹자는 그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자전거를 돌려서 재활용센터 창고 뒤편으로 갔다. 땅굴 입구에 소시지를 놓아두고 스카이에게 두 시추 강아지를 데려오라고 들여보냈다. 잠시 후, 스카이가 깜찍이와 깔끔이를 데리고 나왔다. 두 강아지는 입구에 놓인 소시지를 서로 다투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맹자는 자전거 뒷좌석에 끈을 달아 소시지를 매달았다. 맹자가 출발하자 두 강아지는 소시지를 보고 맹렬히 쫓아왔다.
낮에 유기견보호소를 미리 가봐서 헤매지 않고 다시 찾았다. 맹자 일행은 울타리 근처 수풀에 몸을 숨기고 사무실 건물을 살펴봤다. 잠시 후, 탑차 한 대가 들어와 건물 주차장에 섰다. 뚱뚱보 소장과 홀쭉이 조수가 내렸다.
“아, 잘 먹었다. 그 집 영양탕은 역시 맛있어.”
뚱뚱보 소장이 불룩한 배를 내밀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살진 똥개 몇 마리 갖다 줬잖아요. 뭐, 돈 받고 주는 거지만…….”
홀쭉이 조수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말조심해! 입버릇 되겠어. 정말이지 우린 어디까지나 개 장의사야. 개들을 편안하게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주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너도 좀 품위 있게 말해라. 응.”
“맞습니다. 가끔 저세상으로 못 가고 입안으로 들어가서 탈이죠.”
“아직도 까불어.”
뚱뚱이 소장은 히죽, 웃으며 홀쭉이의 정강이를 살짝 찼다. 두 사람은 시시덕거리며 건물로 들어갔다. 맹자는 숨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버려지는 개들도 불쌍하지만 저런 사람들 배를 채운다고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 1층과 2층 창문에서 전깃불이 켜졌다. 아마도 두 사람은 따로 각자의 방에 들어간 것 같았다.
맹자는 먼저 스카이를 데리고 뒷담 울타리에 다가갔다. 맥가이버 칼로 철망 몇 군데를 잘라냈다. 틈을 벌려서 스카이를 들여보냈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갤럭시 노트만 있었어도 손쉽게 안을 살펴볼 수 있는데 엄마 드레스 룸에 도로 가져다 놓았다. 엄마가 가져간 걸 알면 더 일이 꼬일 것 같아서였다. 아무튼, 스카이가 엄마 시추를 찾으면 스카이가 짖든 복슬이가 짖든 둘 중 하나는 짖을 것 같았다. 그리고 스카이의 장점은 역시 냄새가 없다는 점. 개들이 로봇개에게 별 신경 쓸 것 같지 않았다. 일이 잘되든 못되든 구출작전은 시작되었다. 맹자는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꾹 눌러썼다.

<2주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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