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작 … 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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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작 … 그꽃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8.01.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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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성일 전) 순창군청 기획실장, 순창읍장

2018년이 시작되었다. 한해가 기억 한점 없이 순간에 지나간 것 같다.
시간의 속도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 이다. 날개를 단 것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무릎으로 기어가는 것처럼 느리게 가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의 경우는 날씨가 괜찮으면 오전엔 집 앞 공원에 나가 운동하고 오후에는 도서관에 가서 시간 보내고 밤에는 일찍 잔다. 쳇바퀴 돌 듯 단순한 생활을 하니 기억 될 만 한 일도 없다. 직장 다닐 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움직이면 되었는데 이젠 내가 주연 조연 피디 역할을 다 해야 하는데 쉽질 않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퇴직해서 리모컨만 끼고 사는 남편이 딱하게 보인 아내가 말했단다. 같이 나가서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고 마트에 들러서 장도 봐오자고… 직장생활만 했던 남편 왈 세부시간 계획을 말해 보라고 하더란다. 아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아직도 예전의 물이 덜 빠져서 천지 분간을 못한다고 할 거다.
퇴직자들의 생활도 다양하다. 전업농이 되어 현직 때 못지않게 바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취미로 농사를 지으면서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다. 또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일은 할 만큼 했으니 쉬자는 사람도 있다. 자기 사정에 따라 살면 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부와 사회에서 챙겨야 할 게 많아지고 있다. 퇴직하고도 거의 30~40여년은 더 사니 재원 등 필요한 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호칭도 아재, 꼰대 등 다분히 비하적이다.
반면에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오히려 가정에서 해방되어 윤기 나는 삶을 살고 있다. 맛집이나 찻집 가보면 대부분 여성들이다. 공원에 가보아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스크나 햇볕 가리게 까지 하고 힘차게 걷는다. 포스가 느껴진다. 운동하는 남성들은 드문 편이고 모정에 모여서 잡기를 하는 정도다. 오후에 가는 도서관은 정반대다. 여성들은 거의 없고 남성들이 주로 온다. 도서관은 냉난방이 되어있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지내기에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일 거다. 티브이에서도 은퇴한 남성들을 초라하게 그리고 있다. 집에만 있는 남성들은 얼빵한 을로, 여성들은 쌍칼을 찬 갑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얻어야 시청률이 높아지고 광고가 붙기 때문일지는 모르겠다.
더 가관인 것은 남성 출연자들도 스스로를 격하시키고 있다. 정말 저렇게 살까? 저렇게 까지 살아야 되는가 싶다! 전파력이 강한 방송 매체에서 분위기를 잡으니 순진한 백성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이만큼 사는 건 노인, 장년 세대들의 희생과 땀이 있었음이다. 고마워해야 한다! 대접은 어렵다 해도 다 써버린 치약 껍데기 같은 취급은 안 된다.
그러나 노인은 중심에서 변방으로 물러난 세대다. 변방이 더 춥고 바람이 세찬건 자연의 이치다.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우리가 고생해서 이만큼 살게 되었는데, 허공에 흩어지는 넋두리 일뿐이다. 노인의 수가 적을 때는 대우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순창만 해도 노인 인구가 30%가 넘는다. 나도 머지않아 노인의 대열에 낄 거다. 이젠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할 때다. 노인을 보호와 복지라는 시혜적 대상으로만 규정하지 말고 역할이 있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물론 보호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당연히 손길이 가야지만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노인은 적당한 일이 있어야 한다. 국가나 자치단체에서는 이런 방향으로 시책을 만들고 문화를 유도해야 할 거다. 노인은 만고풍상 다 겪은 역전의 용사다. 체력이야 좀 떨어졌겠지만 지혜와 분별력은 더 확장 되었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파르르 하던 치기(稚氣)는 많이 다듬어 졌고 이제는 사리(事理)가 보인다. 세월이 스승이다! 노인들도 지금까지 삶이 가족을 위했다면 이젠 주변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라 본다. 재물이든, 재능이든, 시간이든, 노력이든 각자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걸 조금이라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 고을에도 나누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진정한 어른이다! 나이든다는 건 죄도 아니고 벼슬도 아니다. 성숙된 연령이다. 나누는 삶을 살 때 석양의 노을처럼 푸근하고 필요한 어른이 될 거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꽃…(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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