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조대포/ 주제넘게 남의 일에 끼어들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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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조대포/ 주제넘게 남의 일에 끼어들다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8.01.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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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월 越 도마 조 俎 대신할 대 代 부엌 포 庖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69

공무원 시절, 아침에 출근하면 과장이 사무관 네 명을 모아 놓고 차를 마시며 담소 형식으로 업무를 보고 받고 오늘의 할 일을 의논한다. 일한지 얼마 안 되어 업무에 다소 생소한 A사무관이 먼저 과장으로부터 배우고 옆 사무관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침 회의 때마다 남의 얘기에 토를 달고 자기가 더 잘 아는 양 말을 해 마치 부과장이나 된 듯이 말하는 B사무관 때문에 회의 분위기가 좀 안 좋았다. 아마도 과장과 다른 사무관 앞에서 자기가 뭐든지 더 잘 아는 것처럼 으스대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당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그리 편치가 않아 보였다. 
“어이, B사무관, 왜 남의 일에 대하여 콩 놔라 팥 놔라 하는지 모르겠네? 내 할 일 내 알아서 하니까 앞으로는 나서지 말았으면 좋겠네.” “아니 그게 아니고. A사무관이 뭘 모르는 것 같아서 그랬는데….” “내가 뭘 몰라! 그리하면 과장님이 보기에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고 봐 줄 것 같은가 보지?”
《장자ㆍ소요유편(莊子ㆍ逍遙遊篇)》에 나오는 얘기이다. 포인수불치, 시축불월존조이대지의(庖人雖不治,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 요리사가 음식을 잘못 만든다고 할지라도 시동이나 신주가 술 단지와 도마를 들고 그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요제(堯帝)는 상고시대(BC 21세기 이전)의 현군이다. 그는 자기의 재위기간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고 허유(許由)라는 현자에게 천하를 양위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요제가 허유를 만나 간절하게 부탁하여 말했다. “해와 달이 이처럼 밝게 비치고 있는데 횃불을 계속 태우면 그 빛이 헛되지 않겠습니까? 때를 맞추어 비가 내리는데 여전히 물을 대고 있으니 그 물은 소용이 없지요. 제가 보기에 선생은 현명하고 덕이 많아 천하를 잘 다스려 좋은 치적을 내실 분이십니다. 능력이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자께서 제발 이 왕위를 받아 주십시오.”
허유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거절하여 대답하였다. “왕께서 이미 천하 통치를 잘 하고 계시는데 제가 더 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어떤 큰 업적을 낼만한 인물이 못될 뿐만 아니라 왕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큰 물가에 가 물을 마시는 두더지처럼 물로 배를 채우면 그만입니다. 요리사가 요리를 잘못 한다하더라도 시동이나 신주가 고기그릇과 술 단지를 들고 주제넘게 대신하여 요리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천하를 다스리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어찌 왕의 자리를 물려받는단 말입니까?” 허유가 이처럼 굳게 거절하니 요제가 더 이상 권하지 못하였다.
이 성어의 의미는 ‘자신의 직분을 넘어 타인의 일을 대신하는 것으로 자신의 직분을 넘어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꺼리다’는 것이다. 월권행위를 하거나 주제넘게 나서서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성어로 월조지혐(越俎之嫌)이 있는데, ‘자신의 직분을 넘어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꺼리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의 일 처리가 썩 훌륭하지 않더라도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차분하게 기다려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권하는 말이다. 또 관련 성어로 당인부양(當仁不讓)이 있다. ‘옳은 일은 사양하지 않는다. 의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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