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23)/ ‘지금 믿을 건 너희 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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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23)/ ‘지금 믿을 건 너희 둘밖에 없어’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01.1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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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23화

스카이는 겹겹이 쌓인 쇠창살 우리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달빛이 울타리 안을 비췄지만, 어두 껌껌했다. 스카이의 붉은 눈빛이 도깨비불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다. 스카이는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치와와 강아지 앞에 섰다. 우리 안에 엎드린 채 동그란 눈만 멀뚱멀뚱했다. 눈가에 깊이 팬 상처가 있었다. 스카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름 : 치와와
성별 : 강아지 수컷
성격 : 어리광쟁이에 천진난만하고 겁쟁이.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주인을 기쁘게 함.
현재상황 : 우리에 갇혀 있음. 잘못해서…, 더러워서…, 버린 고장 난 폐품…???
대응방안 : 주인 찾을 수 없음. 버려진 개는 주인이 찾지 않음.  
    
스카이는 그냥 지나쳤다. 감정을 느끼도록 프로그램되지 않았다. 불쌍하다거나 슬프거나 하지 않았다. 개 우리가 끝나는 마당 한구석까지 갔다. 우리가 아닌 반듯한 개집이 보였다. 그 안에서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쇠사슬 목줄에 묶여 있었지만 집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했다. 쭈글쭈글하고 험상궂게 생긴 얼굴, 스카이 앞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이름 : 불도그
성별 : 개 수컷
성격 : 투견을 위해 탄생한 용감무쌍한 개. 한 번 물면 아작 냄.
현재상황 : 적어도 친구하자고 할 개는 아님
대응방안 : 꽁무니를 뺌

 스카이는 온몸이 검게 변했다. 꼬리도 파르르 떨었다. 한발 한발 뒷걸음질 쳤다. 불도그가 으르렁거렸다. 스카이는 꽁무니를 빼듯 돌아서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불도그가 큰소리로 짖으며 스카이를 쫓았다. 불도그의 앞발이 스카이를 덮치려는 순간 뒤로 발라당 나자빠졌다. 쇠사슬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불도그의 목을 잡아챘다. 불도그가 기둥에 묶여 있었기에 다행이지 스카이가 결딴날 뻔했다.
스카이는 울타리 구멍으로 빠져나왔다. 뒷문이 열렸다. 홀쭉이 조수가 급히 뛰어나왔다. 사납게 짖고 있는 불도그를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저게 미쳤나. 한밤중에 짖고 난리야!”
홀쭉이 조수는 손전등으로 마당 곳곳을 비춰봤다. 우리 안의 개들은 불도그의 짖는 소리에 짓눌렸는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맹자는 되돌아온 스카이를 가방에 넣고 건물 출입구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무래도 건물 안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짖으라는 복슬이는 어디 있는지 짖지도 않고, 엉뚱한 불도그만 요란스럽게 만들었다. 건물 안에도 갇혀 있는 개들이 있을지 몰랐다. 건물 가까이 다가가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 안쪽을 살폈다.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 홀쭉이 조수는 건물 뒤편 울타리 쪽에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기회였다.
맹자는 출입문을 살짝 열고 들어섰다. 두 시추 강아지도 뒤따라서 들어왔다. 맹자는 시추 강아지 두 마리를 양손으로 안고 복도 한가운데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홀쭉이 조수가 뒷문을 닫고 들어왔다. 화장실을 지나쳐 사무실로 들어갔다. 뒤편 울타리 쪽도 조용해졌다.
맹자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손에 껴안고 있는 깜찍이와 깔끔이에게 말했다.
“지금 믿을 건 너희 둘밖에 없어. 너희 엄마니까 너희가 찾아. 알겠지.”
맹자는 소곤소곤 말하고는 두 시추 강아지를 내려놓았다.
<2주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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