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지옥의 섬 군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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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지옥의 섬 군함도
  • 최행숙 연구회원
  • 승인 2018.01.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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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행숙 어린이도서연구회원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 이야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펼친 ‘역사 동화’
실제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이야기
역사 바로 알고 기억해야 지켜낼 수 있어

 

내가 군함도를 알게 된 건 영화를 통해서였다. 연기 잘하고 비중 큰 유명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완성했다는, 거기에 역사적 실화를 통해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전해져 대중들의 기대를 받았던 영화 <군함도>.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군함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잔혹하고 참혹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 짤막한 영화 광고와 서평을 보고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픈 우리 역사를 대할 때 분개하며 일어나 행동하는 쪽이 아니고, 마음 한편으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눈을 감는 쪽인지라 애써 찾아서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너무 무거웠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역사동화다. 실제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주인공 10대 소년 근태가 일기로 전한다. 아이들이 읽기에 적정한 수위의 내용을 담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고,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책인 것 같다.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더불어 군함도에 대해 찾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주인공 근태는 강제징용 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어머니와 함께 징용을 가게 된다. 짐짝처럼 트럭에 태워져 부산항까지,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끼항으로, 그곳에서 다시 배로 한참 만에 도착한 하시마섬, 한척의 군함이 떠있는 모습이라서 군함도라 불리는 섬. 월급도 많이 주고 기술도 배울 수 있다던 그곳은 감옥이었다. 쇠창살과 감시탑에, 사방이 바다인 섬에 갇혀 석탄만 캐야하는 감옥, 아니 지옥이었다. 1킬로미터(Km)가 넘는 해저탄광은 좁고 습하며 45도가 넘었다. 갱도는 유독가스가 수시로 분출되었으며 바닷물이 들이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었다. 게다가 갱도 끝 막장 석탄 채굴장은 사람이 일어서거나 앉을 수도 없었다. 겨우 몸만 집어넣고 누운 자세로 보호 장비라고는 속옷 한 장에 전등이 달린 헬멧이 전부인 채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루 12시간 석탄을 캐야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채울 때까지 채굴장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제대로 된 음식은커녕 쉬는 시간, 잠잘 시간도 없이 감시와 매질을 당하며 혹독한 노동을 감당해야했다. 일본인 광부와 관리인, 감독관들은 쾌적하고 부유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다. 나라 없는 설움이 이리도 참담하고 서럽고 혹독할 줄이야! 조선 사람은 사람이 아니었다. 근태는 군함도 채굴장, 나가사키 조선소 방공호 작업장 등에서 어린 몸으로 힘든 노역을 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까지 겪고 나서야 광복의 기쁨을 안고 고국으로 귀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자신들의 만행은 잊은 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으로 인한 자신들의 희생만을, 고통만을 이야기할 뿐…
2009년부터 일본은 강제 노역과 수탈, 인권 탄압의 현장이었던 하시마 탄광을 ‘귀중한 해저탄광 유적’,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문화적 가치가 높다며 관광지로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또한 규슈, 야무구치 지역, 하시마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 23개 시설을 ‘근대화 산업 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요청했고, 2015년 세계유산위원회는 메이지시대 근대산업혁명 유산으로 인정해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과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던 7개 시설에 대한 강제노동 사실 반영문제로 인해 대립했고, 일본은 1850~1910년으로 등재기간을 한정해 강제징용에 대한 역사적 기술 없이 자신들의 어두운 역사를 덮고 유네스코 등재를 시도하려 했다. 이에 한국정부가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전체역사를 반영하라고 권고해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세계유산 등재결정문에 명시하기로 하면서 등재됐다. 하지만 일본은 등재 후부터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명시하지 않을뿐더러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고작 70여 년 전 일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고통 속에 살아남은 이들이 증거로, 증인으로 남아있다. 그분들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 티끌만한 위로나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채 아픈 과거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데, 이미 지난 일이라고 끝난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해야한다. 아프고 슬픈 역사지만 그 시간을 견뎌 낸 선조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기억해야 앞으로의 우리 역사 또한 지켜 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일본의 만행을 지탄하며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지난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교육해 바른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끝나지 않을 이야기의 끝을 맺을 수 있도록… 아니 처음부터 끝이 있는 이야기를 써 갈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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