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24)/ ‘지금 믿을 건 너희 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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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24)/ ‘지금 믿을 건 너희 둘밖에 없어’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01.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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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24화

그 시각, 공 박사네 집에서는 강 여사가 벽시계를 지켜보며 맹자를 기다렸다. 영어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강 여사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맹자의 휴대전화로 연락했다. 전원 오프(Off). 순자 방으로 직행했다.
“맹자가 어디 간다고 말 안 했어? 이 녀석 오늘 학원에도 안 가고 어디서 땡땡이친 거야. 들어오기만 해봐라. 너 알고 있으면 어서 말해! 같이 혼나기 전에.”
강 여사는 머리에 뚜껑이 열리면서 애꿎은 순자에게 화풀이했다.
“몰라요. 호동이 오빠하고 공부한다고 했는데…. 오빠는 이제 나하고는 놀아주지도 않아요.”
순자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강 여사는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호동이 엄마하고 서로 인사를 하더니 맹자가 거기서 공부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노(No). 순자는 엄마가 이렇게 빨리 확인할 줄 몰랐다. 별일이야! 늦게까지 공부도 다 하고…, 하며 넘어갈 줄 알았다.
“순자 너 엄마한테 혹시 거짓말했니? 너 오빠하고 짠 거 아니야.”
 강 여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순자를 째려봤다. 순자는 덜컹 겁이 났다. 엄마는 보통 꼼수에는 안 넘어가는데….
“엄마 정말 난 몰라. 정말!”
순자는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양손을 저었다.
“너 바른 데로 말 못해! 떠돌이 강아지들 찾으러 갔지. 맞지?”
강 여사는 윽박질렀다.
“엄마가 먼저 나한테 거짓말했잖아요. 거짓말하는 엄마는 더 나빠요. 시추 강아지들도 엄마가 없으면 불쌍할 거야.”
순자는 울먹이면서 엄마에게 처음으로 대들었다.
강 여사는 순간 기가 막혔다. 얘들이 이 정도까지 떠돌이 개들을 생각할 줄을 몰랐다. 그렇긴 해도 마냥 귀엽기만 하던 딸이 지금 엄마가 나쁘다며 대들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했다. 동물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야 갸륵하지만, 그깟 동물들 때문에 얘들이 정신을 못 차리다니….
“맹자, 이 녀석을 그냥…. 아주 동생까지 다 버려났어!”
강 여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씩씩거리며 방을 나갔다. 억울한 생각이 들어 눈물까지 났다. 이제 좀 컸다고 엄마한테 대들어,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콧물까지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지로 눈물을 닦고 콧물도 풀었다. 미키 마우스가 그려진 자그마한 휴지통 뚜껑을 열고 휴지를 버렸다. 그때 휴지통 안에 구겨져 있는 낡고 흙이 묻은 바비인형을 발견했다. 강 여사는 바비인형을 꺼냈다. 흙을 씻어내고 자세히 살폈다. 화장실을 급히 나와 순자 방에 다시 들어갔다.
 “순자야, 이 인형 니가 화장실 휴지통에 버렸니?”
 “몰라요. 시추 강아지들 목욕시키고 있는데 스카이가 물고 왔어요. 오빠가 더럽다고 휴지통에 버렸어요.”
 “뭐, 스카이가 물고 와! 스카이는 어디 있어?”
“오빠가 데려갔어요.”
순자는 말을 해 놓고 그만 입을 막았다. 강 여사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순자 방을 나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거울 문을 열고 수납장에 넣어둔 갤럭시 노트를 꺼냈다. 전원을 켜고 안에 든 동영상을 살폈다. 그 장면이 있었다. 엄마 시추가 뒤뜰에서 땅을 파헤치는 장면. 그리고 바비인형을 찾아내 스카이 앞에다 물어주었다. 강 여사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2주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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