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산곡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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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산곡 선생님께
  • 김민성 협의회장
  • 승인 2018.02.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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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늦었지만 새해 인사 올립니다. 언제부턴가 열린순창에 선생님 글과 그림이 게재되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같은 호에 사제지간의 글이 동시에 실리면 감정이 묘해집니다. 사진 찍어 동창들에게 전송을 해주니 선생님 안부에 얼마나 기뻐하던지요.
1970년대 후반, 까까머리 복흥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제가 가장 자신 없는 그림을 담당하신 미술선생님. 그 붓놀림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제가 2학년 때, 중학교에서 서무과 말단 공무원으로 계셨던 아버지 성화에 홀로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복흥을 떠났습니다. 서울로 가면 성공이 보장된 것처럼 기대도 컸었지요. 참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의 중학교로 가져간 생활기록부에 문학 쪽에 재질이 보인다는 선생님의 평이었습니다. 아마도 교내 백일장에서 코스모스라는 시로 차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성인이 되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발견입니다. 워낙 야구를 좋아해서인지 야구선수 되려고 서울로 간줄 아는 선배도 있더군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복흥에서 뵌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3∼4년 전 순창읍내에서 열린 한 지인의 출판기념회에서 실로 오랜만에 뵐 수 있었지요. 외모와 음성, 큰 변화가 없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부모님 근황을 물어보시고는 시골에서 살고 있는 못난 제자를 걱정해주셨습니다. “선생님 제가 자리 잡으면 복흥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그려 꼭 그래라.”
능력부족인 저는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되네요. 채워진 것 없이 빠져나가는 듯하고 저 만큼 채우려는 욕심이 아닌지 반문해봅니다만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복흥으로 내려온 지가 벌써 8년을 지나 9년이 가까이 옵니다. 50대 중반인 현재의 나이 때나 고향으로 내려오려던 계획이 어머니 병환으로 훨씬 앞당겨진 셈이죠.
그 사이 여러 일들을 한 것 같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부모님 봉양, 열린순창 창간작업과 편집국장ㆍ위원, 순창군 귀농귀촌관련 두 권의 사례집 출간과 업무, 마을사업 사무장, 복흥면민회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복흥면내 활동, 서순창농협 이사 등. 저는 이러한 일들을 당연시 생각하고 했습니다. 고향에서 사는 의무요 대가라 여겼습니다. 물론 주위에서 그런 일 그만하고 돈 되는 실속 있는 일을 하라는 걱정도 듣습니다만 어떤 반대급부를 바라고 일하는 성격도 절대 못되는데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이제 좀 줄여야지” 생각해 하나를 줄이면 또 하나가 붙더군요. 이것이 고향에 살면서 면 부녀회장을 하신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대를 이어 봉사하라는 숙명으로 그저 받아들입니다.
선생님! 더 좋은 자리, 더 좋은 상황에서 모시고 싶은 욕심이 큰 것 같은데 그런 시기는 요원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큰 욕먹지 않게 살아가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 나라 정치인들이 스승을 생각하며 정치를 했다면 그렇게 썩지는 않았을 텐데. 스승께서 나랏돈을 사적으로 쓰고, 뇌물 받아서 편하게 살고, 돈으로 표매수해서 당선되라고 가르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너만 혼자 잘살고 오만하게 살아가라 말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선하게 살고 겸손하게 주위 약자를 살피며 살기를 바랐을 겁니다.
선생님 글을 보며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지인들의 부재(不在)였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궤도 속에서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가 아닌가 감히 생각해봅니다. 1월이 벌써 지나버렸습니다. 세월은 쏜 화살 같다는 말을 절감합니다. 요즘 꽤 춥습니다. 복흥도 수도가 얼어 야단입니다. 살고 계시는 진안은 어떤지요. 추위 조심하시고 멋진 흥 계속해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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