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사람 장소 환대… 공동체가 할 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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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사람 장소 환대… 공동체가 할 일 제시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2.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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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차별ㆍ불평등 ‘분석’ ...김현경 저 / 문학과지성사 출판

 

지방선거를 120일 남짓 남긴 요즘, 유권자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부단한 노력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정치인들은 연기의 고수다. 주민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고, 선거철이면 장애인 봉사며, 무료급식소 등에서 배식에 나서는 등의 연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마냥 보기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첫장(프롤로그) ‘그림자를 파는 사나이’에서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으로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내주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이어 ‘사람, 사람 아닌 사람,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한 행동, 사람들의 연기(수행)와 가면(얼굴), 모욕, 우정, 절대적 환대, 신성한 것’에 대해 설명하며 ‘신자유주의의 차별과 불평등을 분석’했다. 이 책에서는 칸트, 데리다, 아렌트, 푸코 등 이름만 들어도 골치 아픈 사상가들이 수없이 언급되지만, 저자가 현실을 설명하고 저자의 해석을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적절히 인용해 골치 아프거나 어렵기보다 이해를 돕는다.
우리는 노상 “사람도 아니다”거나 “사람노릇을 하라”고 말해왔다. 그 ‘사람’이 대체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으로 대우(환대)받기 위해서는 때로는 ‘가면’으로 오점을 숨기고 남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어떨 땐 자신의 단점을 웃음으로 승화할 줄도 알아야 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야 비로소 ‘사람’의 자리가 마련되고 적절하게 처신해야 ‘조건부 성원권’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신분 차별이 철폐된 근대 이후 사회의 ‘형식적 평등’과 구조 안에서의 ‘실질적인 불평등’이 어떻게 긴장을 유발하는지 논증한다.
저자는 ‘사람’이 아닌 노예, 사형수, 군인 등을 예로 들며, “사람다움이나 존엄은 태어나자마자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연극하듯 타인과의 수행 속에서 인정받으면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을 “자본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고, 노동에게 극도의 순응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높은 사람’에게는 작은 결례도 큰 모욕이라며 신분과 지위는 ‘장소’이자 ‘자리’이고, 모욕이 폭력적인 건 아래로 굴종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잘못도 없이 야단맞은 아랫사람은 분한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듯이 “결국 모욕은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 폭력이다”며 이것이 반복되면 권리 박탈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사실상 ‘신분주의’가 부활하고 있으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진단)은 지나치지 않다. 결국 신분차별은 “장소/자리를 둘러싼 투쟁”이 된다. 국경을 넘는 난민의 이동, 포클레인 앞에 드러누운 농민 시위, 노동자들의 점거는 “장소에 대한 투쟁”이며 “존재에 대해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이다. 문제해결의 방법은 ‘환대’에서 찾을 수 있다. 환대는 낯선 이에게 따뜻한 자리와 음식을 내주는 것으로, “타자를 도덕적 공동체로 초대하는 행위”다. ‘절대적 환대’는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적대적 타자에게도 복수하지 않는 환대다. 저자는 주거수당, 실업수당 같은 복지는 사회 안으로 약자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환대의 다양한 형식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저자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규범이나 제도”라기보다 “절대적 환대”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따라서 자신의 신분 상승(자리/장소)만 생각하는 이를 선거에서 갈려내기 위하여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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