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57)/ ‘자랑스런’ 태극기가 아닌 ‘자랑스러운’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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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57)/ ‘자랑스런’ 태극기가 아닌 ‘자랑스러운’ 태극기!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2.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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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자랑스럽+(ㄴ) → 자랑스러우+(ㄴ)→자랑스러운
합성어 예외허용, 군밤ㆍ군고구마(O)/군감자(X)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아마 저절로 암송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지금은 아련한 옛 추억이 되었지만 매일 오후 5시만 되면 장엄하면서도 엄숙한 나팔소리와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울려 퍼졌으니 말이다. 학창시절 가던 길을 멈추고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채 방송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서 있어야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2007년 새로워진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왠지 낯설지만, 시대에 맞지 않게 맹목적 애국을 강요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랑스런’은 문법에 맞지 않아 ‘자랑스러운’으로 고쳤고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으로 바꿨으며 ‘몸과 마음을 바쳐’는 국가에 대한 개인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봉건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그런데 머리 깊숙이 각인된 때문일까? 아직 우리 언어생활 곳곳에서 ‘자랑스런’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과거 맹세문의 ‘자랑스런’이 문법에 맞지 않아 ‘자랑스러운’으로 고쳐졌을까? ‘자랑스럽다’,‘부끄럽다’, ‘수치스럽다’, ‘복스럽다’ 등은 모두 ‘ㅂ’불규칙용언이다.
따라서 관형형 어미 앞에서는 ‘ㅂ’이 ‘ㅜ’로 바뀌어 ‘자랑스러운, 부끄러운’ 등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느낌상으로는 ‘자랑스러운’이나 ‘부끄러운’이 줄면 ‘자랑스런, 부끄런’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우리 맞춤법에서 ‘ㅂ’불규칙용언에서의 ‘ㅂ’이 바뀐 ‘ㅜ’가 그 앞의 모음과 어울려 주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물론 예외적으로 일부 합성어에서 이런 준말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군고구마, 군밤’ 등이 그렇다. 여기에서 ‘군’은 ‘굽다’의 활용형 ‘구운’이 줄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준말이 인정되는 것은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하나의 단어로 굳어지지 않은 경우, 이를테면 감자를 구웠을 때 그것을 ‘군감자’라고 할 수 없고 ‘구운 감자’라고 해야 한다. 군고구마는 맞고 군감자는 틀린 말이다.
복잡한 문법을 떠나서 실제 대화에서 ‘ㅂ’불규칙용언의 관형형이 ‘자랑스런, 부끄런’처럼 줄어드는 것이 별로 없어 다른 말들과 비교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우리가 ‘깁다, 눕다, 줍다, 가깝다, 무겁다, 쉽다’의 활용형인 ‘기운, 누운, 주운, 가까운, 무거운, 쉬운’을 ‘긴, 눈, 준, 가깐, 무건, 쉰’으로 줄여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ㅂ'불규칙용언의 관형 활용형의 준말을 인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자랑스런’ 태극기보다는 역시,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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