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손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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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손가정
  • 김진형 독자
  • 승인 2011.02.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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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순창읍 순화)

지난해 세밑 풍경에 들떠 있던 주말 모처럼 한 행사장을 다녀왔다.

친환경 상품과 회원들이 기증한 용품을 전시 판매하고 먹을거리 장터가 열린 행사였다. 여기에 가족이 함께 즐기는 사물놀이와 아카펠라 공연이 곁들여졌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이 행사에서 생긴 수익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많지 않기에 더욱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서 조손가정에 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사실 경제위기와 이혼 증가에 따른 가족 해체로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많아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도 급증했다. 소년소녀 가장의 절반, 열악한 학습조건과 교육소외 계층 청소년의 3분의 1이 조손가정이라는 보도를 본 기억이 있다. 그런 실정인데도 조손가정은 정부의 도움에서 멀어져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는 사실상 행방불명이나 다름없는데 부양할 아들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니 딱한 일이다.

경제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가족 간의 역할과 기능 상실이다. 조손가정은 아동양육과 노인부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는 늙고 돈이 없어 손자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조손가정에 교육소외 청소년이 유난히 많은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아이들은 양육혜택은 고사하고 오히려 노인부양까지 떠맡는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하닌 참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영화 <집으로>의 치킨 해프닝처럼 문화, 음식 차이에 따른 갈등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조손가정 중에는 도시에서 살던 손자가 어느 날 갑자기 농촌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살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어느 아동보호 시설에 떡을 가져갔더니 “미안하지만 다음부터는 피자나 햄버거를 가져오면 좋겠다”고 했다는 웃지 못 할 세태에서 내 주면에도 혹 이런 가정이 없는 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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