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씨, 마라톤이 좋은 ‘옥출산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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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 마라톤이 좋은 ‘옥출산 다람쥐’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8.02.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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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동학마라톤대회 512명 중 30등 / 20살 때부터 40여년 취미이자 특기 / 40분 안에 10킬로 달리는 게 ‘목표’ / 건강 좋아지고 ‘허리통증’도 없어져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타온 메달들을 들고 있는 김남수ㆍ홍화자 부부. 농한기에 매일 섬진강가를 달리며 마라톤 연습을 하는 김남수 씨는 10킬로미터를 40분 안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반팔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옥출산 다람쥐’가 정읍 종합경기장을 달린다. 제124주년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정읍동학마라톤대회에서. ‘풍산의 마라톤 선수’, ‘옥출산 다람쥐’로 통하는 김남수(59ㆍ풍산 지내) 씨가 지난 25일, 이 대회 10킬로미터(km) 종목에서 512명 중 30등을 했다. 59세 나이로 이룬 30등은 1등보다 값진 결과다. 젊은 참가자가 많은 10킬로미터 종목에서 40분대 초반을 기록한 그는 1킬로미터를 4분대로 달렸다. 같은 날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국민들은 금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한 선수, 즐기며 열심히 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비록 선두에 서지는 못했지만 39년 동안 마라톤을 사랑해온 김남수 씨와 아내 홍화자 씨를 만났다.
장작이 수북이 쌓인 집에 들어서자 홍화자 씨는 그동안 남편이 타온 메달들을 들고 나왔다. 홍 씨는 “나이 구분이 없어서 30등을 했지 50대 끼리 겨뤘으면 1등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 딸 영은이가 대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진이랑 기록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줬다. 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사진이 멋있게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이십 대 때부터 달리기를 취미에서 특기로 살려온 김남수 씨는 풍산면에서는 ‘담박질 선수’로 알아준다. 군민체육대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면 대표 선수로 뛰었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마라톤을 했다. 지금이 쉰아홉이니 39년 됐다. 스물다섯 때부터 대회에 나갔는데 순창이나 풍산대회에서는 1등도 많이 했다. 면소재지에서 도치까지 뛰어갔다 오고 그랬었다. 오산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담박질 하면 솥단지도 타오고 이것저것 상품으로 많이 타왔다. 트로피, 메달도 많다. 그때는 젊고 실력도 있어 우리 형이 국제마라톤대회에 나가보라고 신청을 했었다. 풀코스를 2시간 40분에 뛰려고 준비했는데 연습을 하다가 다리를 접질리는 바람에 대회를 못나갔다. 그때 참 실망이 컸다”며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정읍동학마라톤대회에서 결승선에 들어오는 모습. 스마트칩 마이랩스 누리집 사진.
농사를 짓는 그는 겨울에만 마라톤을 할 수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 일이 바빠서 농한기인 겨울에 매일 달린다. 대회를 앞둔 40~50일 정도는 꾸준히 몸을 만드는데 그 만의 마라톤 코스가 있다. 매일 오후 1시 30분이면 향가터널 앞에 차를 세워놓고 향가목교를 건너 섬진강 자전거 길을 달린다. 그는 “대회 준비할 때는 아침밥만 먹고 점심을 굶는다. 공복에 뛰는데 자전거길이 사람도 없고 경치도 예뻐서 참 좋다. 전봇대와 큰 돌 등에 나만 아는 거리 표시를 해 놓고 뛴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에는 마라톤동호회가 있어서 5명이서 함께 연습했었다. 그 때는 모토고개에서도 함께 뛰며 즐겁게 연습했는데 지금은 모임이 없어져서 혼자 한다. 대회에도 나가보면 다른 지역에서는 동호회원들이 함께 같이 나와서 이야기도 하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는데 나는 그게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을 하며 간염보균자에서 벗어났단다. 어머니가 비(B)형 간염으로 형제가 모두 간염보균자였는데 마라톤을 하며 정상으로 바뀌고 간수치도 좋아졌다. 허리통증도 사라졌다고. 좋아하는 취미생활로 건강까지 얻었다는 그는 “안식구가 맛있는 것을 많이 해줘서 그렇다”고 웃음을 지었다. 아내 홍화자 씨는 “따로 챙겨주는 음식은 없고 채소나 버섯 같은 시골에서 나는 것들로 밥을 해준다. 인스턴트식품은 먹지 않고 고기도 잘 먹지 않는다”며 “일 때문에 대회에 따라가지 못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건강해지니까 참 좋다. 의사가 우리 남편을 보고 간염보균자에서 정상으로 되는 것이 800명 중에 한 명인데 그 중 한 명이라고 했다”며 앞으로도 남편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달릴 때 즐겁다는 그는 앞으로도 여러 대회에 나갈 거라며 몇 해 전, 군산 월명에서 열린 거북이마라톤대회에서 거둔 1등을 떠올렸다. 마라톤대회에 나가보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중ㆍ노년 참가자가 적은 점이 아쉽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도 기회가 있도록 연령대를 나누어 시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동 안 하면 몸이 둔하다. 마라톤을 하면 뱃살이 없다. 40분을 깨야겠다는 목표로 하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일 년 내내 하면 기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농번기에는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 기록이 줄지 않는다. 1~2킬로미터가 제일 숨 가쁘고 힘들고 그 뒤로는 평정을 유지한다. 꾸준히 노력해서 40분 안으로 달려볼 것이다.”
김남수 씨는 봄 꽃 피고 모내기 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릴 거다. 4월 1일 나주에서 열릴 영산강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며 기록 단축을 위해 매일 섬진강가를 누빌 것이다. ‘옥출산 다람쥐’가 나주 영산강에서 ‘날다람쥐’가 되어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부상 없이 달리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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