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35) 예쁜 새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아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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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35) 예쁜 새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아미산
  • 박재순 해설사
  • 승인 2018.03.08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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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 -유홍준

 

순창에서 아름다운 산 중에 아미산(峨嵋山, 515.1m)이 있습니다. 아미산은 순창군 서남쪽에 솟아 있는 산으로 순창읍 백산리와 금과면 방축리, 풍산면 죽곡리에 경계를 두고 있는 산입니다. 호남정맥의 지맥이 강천산 산성산을 지나 덕진봉을 거쳐 이곳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이는 곳에 따라 이름도 다양한데 한국지명총람에는 산이 높고 험하다고 해서 아미산(峨嵋山)이니 첫 번째요. 두 번째는 금과쪽에서 보면 미인의 눈썹 모양을 닮았다 하여 아미산(娥嵋山)이라 한답니다. 중국 산동성 백산현에도 아미산이 있는데 아미산 북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고추장민속마을도 백산리에 있습니다. 이 산자락에는 광주-대구간 고속도로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순창에서 본 모습이 배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배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옛날 산 주변까지 물이 가득차서 시루봉 정상에 있는 절구통 바위에 배를 매어 두어 ‘배맨산’이라고도 불렀답니다. 네 번째는 말 꼬리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마미산(馬尾山)이라 부른답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보니 이 산도 예사로운 산은 아닌 듯합니다.
산행을 어디로 할지 생각하다 금과 송정마을 옆길에서 시작해서 모토고개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일행이 있어서 차를 모토고개에 놓아두고 다른 한 대로 송정마을로 이동했습니다. 금과 방축리 가기 전에 금과 쪽으로 좌회전해서 차를 산자락 밑에 두었습니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으니 이정표에 송정마을 입구, 아미산 정상까지는 1.42킬로미터(km)라고 적힌 노란색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게 뭐지? 국가지점번호(전 국토 및 해양에서 10(미터)m×10m 사각형으로 나누어 그 지점에 좌표 개념의 위치를 표시하여 범국가적으로 사용하는 위치 찾기 체계 번호). 2013년부터 산행중 재난 사고 발생시 신속한 안내 위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월초 아침 9시 30분. 하얀 입김이 일행들 입에서 하나 둘 피어오르고 체력관리를 잘 한 사람과는 비교가 되었습니다. 20분쯤 오르다가 의자도 있고 정상까지 0.14km남았다는 지점에서 잠시 쉬면서 주변 산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시 10분쯤 오르니 아미산 정상 표지석이 세워진 곳에 도착했습니다. 주변 조망이 한 눈에 들어와 탁 트인 주변을 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팔덕 쪽으로 광덕산, 구림 쪽 멀리 회문산과 장군봉이 보이고 담양 쪽으로는 추월산과 멀리 무등산, 남원 쪽으로 고리봉과 문덕봉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자주 산에 오르지 않은 저로서는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확실한 것은 여기 올라와서 주변 조망을 해보면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날이 정월대보름날이라, 어머님이 새벽에 일어나셔서 준비해주신 찰밥을 싸들고 왔습니다. 오곡밥과 가지나물, 고사리, 두부탕, 호박고지 등. 여기에 사과를 가져 오신 분과 찰밥을 가져온 분이 또 있어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동행해서 고마운 분들과 오곡밥을 먹으면서 올 한 해 모두 건강 무탈하기를 바라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물론 뒷마무리도 깔끔하게 했습니다. 내 쓰레기는 내가 가져가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다 ‘고인돌바위’를 발견했습니다. 두 개의 밑돌이 위태위태하게 덩치 큰 윗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인데 사람이 밑돌 옆에 웅크리고 들어가 사진을 찍을 정도이니 얼마나 큰 지 상상이 되시지요? 이 곳을 ‘시루봉’이라 한답니다. 철계단이 놓여있지만 센 바람에 난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철계단이 있음에 감사하며 몇 해 전에 왔다가 돌아간 아쉬움을 오늘에야 달랠 수 있어서 신이 났습니다. 철계단을 내려오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신선바위! 이정표에는 아미산 정상까지 1.84km, 모토고개 0.51k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바위 밑에 의자가 놓여 있어서 일행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아름답고 미운새 ‘아미새’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분이 계셨습니다. 이름이 비슷하니 저절로 불렀는지 살짝 지루한 산행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다시 봉우리를 오르는데 여기서 소나무 숲길을 만날 줄이야! 통틀어 아미산인데 소나무 숲길은 배미산이라고 한다고 마을분이 알려주었습니다. 어깨를 활짝 펴고 가슴깊이 소나무 내음을 들이켜 보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배미산 내려오는 길에도 철계단이 있었는데 양지쪽 길이 녹아 앞에 가는 분이 자꾸 미끄러졌습니다. 그 모습에 깔깔 웃음이 나왔습니다. 덩치 큰 이가 앞장 서 준 것에 감사하며 단단히 조심하며 뒤 따라 갈 수 있었습니다. 흑염소 방목장 옆을 지나오면서 여러 산짐승 똥을 발견하고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토고개에 내려오니 낮 12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총 3.77km 정도 걸었는데 세 시간을 넘긴 것은 산에서 나눈 수다도 한 몫 했지만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재미있고 볼거리 많은 아름다운 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선초 문신이자 풍수가인 달성 서거정(徐居正, 1422~1488) 선생은 ‘순창은 호남의 승지로 산수가 아름답고 논밭이 풍요로우며 물가의 어장 또한 넉넉한 곳이다’라고 했답니다.
신발에 묻은 황토를 털어내며 왜 ‘아미산’이라고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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