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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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트라우마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2.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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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고향방문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기자에게 구제역 예방백신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전북도를 지나면 어쩔 수 없이 구제역 발생지역을 통과해야하는데 벌써 수차례 취재를 하고 기사를 낸 사람으로서 취재에 협조해준 많은 사람들의 고생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올까봐 부모님께는 올해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언질까지 해둔 터였다. 결국 예방백신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방역에 철저히 하자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고향에 다녀오기로 했다.

미리 예상했지만 고향 가는 길 곳곳에서는 ‘구제역 발생지역 검문단속’이나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보다 지자체에서 명절 귀성을 반기지 않고 있고 “소 돼지야 건강하게 자라다오”라며 커다란 상징물을 만들어 가축 건강을 비는 모습이나 일부 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 편이 축소되거나 폐지된 사례는 여기저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치며 본, 가축이 없는 축사는 사람이 없는 집처럼 멀쩡해도 황량함이 감돌았다. 그 이상은 무리라 결국 고향집 방문은 포기했다. 저 안 어디선가 통곡하고 있을 농장주들의 심정은 글 몇 자로 표현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금전적 손해를 계산하는 것은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의 얘기였다.

스스로도 그렇게 했지만 살처분으로 인한 피해규모와 액수를 통해 말하는 것은 돈, 숫자에 익숙한 사람들의 편의이자 소비자를 위한 통계일 뿐, 농가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굉장한 고민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고양이, 개 등 이른바 ‘반려동물’이 전염병에 걸렸을 때도 같은 방법으로 생매장 할 수 있냐는 질문은 초기방역 실패라는 문제와 맞물려 정부가 나서서 동물학대를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한다.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쓰는 공무원과 어차피 죽을 거 일단 몰아넣고 보자는 결재권자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이다.

차량소독은 해도 사람은 소독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농가와 지역을 불안에 떨게 하니, 기자역시 당분간은 취재라 하더라도 축사가 있는 농가를 방문하는 일은 자제해야 할 형편이니 구제역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매몰지 관계자’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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