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상재/ 뭔가 한 가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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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상재/ 뭔가 한 가지라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8.03.1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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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 吾 혀 설 舌 숭상할/오히려 상 尙 있을 재 在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73

비록 몸이 망가졌어도 혀만 살아 있으면 뜻을 펼 수 있다는 말이다.

《사기》 장의(張儀)열전에 따르면, 장의는 춘추시대 위(衛)나라 사람으로 연횡책의 대가였다. 소진과 함께 귀곡선생한테 유세술을 배웠는데 이때 소진은 늘 자신이 장의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장의는 진나라에 등용되기 전까지 갖은 수모를 겪다가 마침내 진 혜문왕을 만나 입신출세의 길로 들어섰다. 세치 혀를 휘둘러 촉나라를 평정하고 위나라의 일부를 차지하는 공을 세워 재상이 되었다. 이어서 진을 위해 여섯 나라를 돌며 진과 화친하도록 유세하여 결국 소진이 이룩했던 합종책을 깨뜨리고 모든 나라가 진나라에 복속하도록 만들었다. 훗날 진의 천하통일에 큰 기여를 한 것이다.
 동문인 소진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무렵, 장의는 뜻을 펴지 못하고 초나라 재상 소양의 집에서 문객 노릇을 하며 지내는 신세였다.
어느 날 소양이 연회를 열고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옥구슬을 자랑하였는데 연회도중 공교롭게도 이 옥구슬이 감쪽같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때 빈객들이 가난한 데다 평소 남들과 사이좋게 못 지내고 있던 장의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소양이 장의를 호되게 꾸짖으며 때렸다. 누명을 쓴 장의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집으로 업혀 들어왔고 이를 본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신이 글을 읽고 말을 할 줄 모른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기까지야 했겠소?”   
“여보게, 내 혀를 보시오. 아직 있소?(視吾舌 尙在否)”
아내가 어이없어 웃으며 말했다. 
“혀야 있지요. 허나 몸이 이리 상해서야.”
“그럼 됐소.”
훗날 출세한 장의가 소양에게 이런 격문을 써 보냈다.
“지난 날 내가 그대와 술을 마실 때 나는 그대의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내게 매질을 하였네. 이제 그대는 그대의 나라를 잘 지키게. 내가 그대 나라의 성읍을 훔칠지니.”
장의는 이런 자기의 세치 혀를 이용하여 왕이 자기를 재상에 등용하게 하고, 상대를 위협하여 굴복하게 하며, 또 자기의 책략에 걸려들게 하여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하게 함으로써 여섯 나라를 진으로 끌어들여 연횡을 이루는 대업을 이루었다. 

‘견아설(見我舌)’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언변이 뛰어난 사람을 일컬어 ‘소진과 장의가 왔다가 뺨 맞고 달아나겠다.’라는 말도 있다. 이 성어는 인간의 능력은 어느 한 부문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자신의 몸뚱이에서 다른 곳은 모두 상했다고 하더라도 남보다 가장 뛰어난 부분이 멀쩡하다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부족한 것이 많더라도 한 가지라도 뚜렷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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