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혼자 밥을 먹으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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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혼자 밥을 먹으며 (2)
  • 양장희 독자
  • 승인 2018.03.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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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희 전) 순창군의회 의원

 

죽는 그날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죽은 뒤에는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신들메를 고쳐 매야 하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항상 깨끗한 몸가짐으로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당당한 어른(노인)이 되어야 하겠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그것이 자손들에게도 폐가 되지 않는 길이다. 늙었다고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언제나 활기차게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 중에 제일 좋은 운동은 걷는 것이다. 신체에 무리가 없고 돈도 들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전문가들도 하루에 1만보 걷기를 권한다. 힘들다면 반이라도 매일 걸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겠다. 불우한 사람이나 동네 지도자들에게 위로의 뜻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는 것도 좋다. 행여 주머니 속 현금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말로만 “오늘 점심은 내가 사려고 했는데...” 하며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그런 옹졸한 사람은 되지 말자. 기부나 밥값을 지불하면서 뭔가 행복해진다. 행복이란 그 자체를 느끼는 자의 몫이라 했다.
늦었지만 어린 자손들에게는 꾸준히 인성교육을 해야겠다. 가능한 짧게 1분 이내로, 간단명료하게, 자주 해야 한다. 자주 해줘야 우리 편이 되고, 우리 가족이 되어 가면서 우리 민족의 일원이 된다. 말할 때 뿐이라고 단념하지는 말자. 이런 교육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격이다. 콩나물시루에 물 한바가지를 부으면 그대로 빠져 나가버린다. 하지만 콩나물은 매일 조금씩 자란다. 인성교육은 콩나물시루에 물주기와도 같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주인공 산티아고는 혼자 84일 동안 빗물을 모아 목을 축이고, 작은 고기를 잡아 연명하다 마침내 원했던 큰 고기 청새치를 낚았는데 그 과정이 지난하기 그지없다. 청새치와 혈투를 벌여서, 기진맥진하여 반 죽어가는 청새치를 끌어 올려 배 앞뒤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귀항하던 도중 상어 떼가 달려들어 먹어 치워 결국 빈껍데기만 배에 싣고 돌아오게 된다. 그래도 산티아고는 크게 낙심하지 않고, “사람은 파멸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며 이튿날 다시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간다.
고난을 받아들이고 시련을 견디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 정신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인생의 허무함과 좌절을 이겨내고 사는 우리네 농사꾼의 삶과 닮은꼴 같기도 하여 산티아고에게 연민의 정이 간다. 금년농사 흉년인데도 내년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어둔한 농사꾼. 농자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우리네 삶이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보자. 신문보다 더 좋은 책은 없지 않은가. 나는 평생 동아일보만 보아왔다. 어려서부터 동네 막걸리 주조장에 가서 “어제 신문(구문) 좀 봅시다” 하고 구걸하다시피 빌려다가 보았다. 종이가 귀한 시대여서 그랬을 것이다. 군복무 시절에는 사단사령부에 근무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동아일보를 볼 수 있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비판적인 언론이라서 경찰의 매서운 눈총과 자유당 실세들의 질시를 받아왔지만, 고바우 만화와 횡설수설 등 속 시원한 풍자에 더욱더 매력을 느꼈고, 동아일보 보지 말라고 말리는 우체국 직원들의 만류에 오기로 더 보게 된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도 구독하고 있다. 유명인사들의 칼럼이나 사설을 탐독하다 보면 솔솔 잔재미가 있다. 읽을 때 뿐이지만 이 역시 콩나물시루에 물주는 격이 아닐까 싶다.
나이 들어가며 느끼는 것이지만, 나라(국가)가 따로 있고 내가 따로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역사를 잊은 나라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라(국가)가 망하면 어린 소녀들부터 줄줄이 엮어 끌려갔다는 것을 역사가 말한다.
그 쓰라린 전철을 두 번, 세 번 밟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스라엘 국민성을 본 받아야 하겠다. 유대인들은 노벨수상자의 36%를 점유하고, 미 하버드대학의 수석이 대다수이며,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거머쥐고 있는 국민들이다. 그런데도 조국 이스라엘에 전쟁이 터지면 책가방을 던지고, 직장을 버리고 조국을 위해 전쟁터로 나간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혼자만의 안위를 위해 광마루 밑에 숨어 지내고 도피생활을 한 사람들을 나는 어려서부터 수차례 목격했다. 일본 경찰들에게 속수무책 끌려가며 목 놓아 울던 소녀들을 나는 사슴 눈망울처럼 슬픈 시선으로 쳐다보며 덜덜 떨고만 있었다. 나라가 망하면 죽어 묻힐 땅이 없고, 뼛가루마저 날릴 공간이 없다. 자손들이 발붙일 곳 없는, 제자리 못 잡는 유성처럼 되고 만다.
나이 팔십이 넘었다면 기꺼이 살아있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일본치하에서 춥고 배고프게 학교 다니며, 출석부에 적힌 내 이름이 일본어였고, 선조들이 굴욕당하는 쓰라린 장면을 한 두 번 보았던가. 6ㆍ25 동족상잔으로 온 강토가 피바다 되고, 공포 속에 얼마나 떨며 울었던가. 4ㆍ19는 “죽음이 아니면 자유를 달라”며 그 얼마나 자유를 갈망했던가. 5ㆍ18 민주화운동은 공수부대의 총탄에 얼마나 많은 양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절규하며 죽었던가. 우리 민족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었다. 5ㆍ16은 마을길도 넓히고 초가집도 없애고 우리도 잘살아 보세! 새마을 노래가 현실이 되었고, 보릿고개가 없어졌다.
우리 노인세대는 지금까지 겪으며 보아왔던 사실들을 후세에 알려야 할, 살아 있는 유일한 증인들이기에 중차대한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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